4차 산업혁명의 시작은 필연적으로 데이터에서 비롯된다. 그 데이터가 금융과 만나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창출하고 생각하지 않은 사유의 수평선을 달려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면 어떨까? 금융과 데이터의 만남에서 파생된 다양한 가능성을 의외의 철학으로 묶어낸 핀인사이트의 이민호 대표를 만났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핀인사이트의 과거와 현재

핀인사이트는 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인사이트 스튜디오(Insight Studio)와 금융 데이터 분석 교육 서비스인 인사이트 캠퍼스(Insight Campus)를 축으로 삼는 스타트업이다. 먼저 인사이트 스튜디오는 금융 데이터 분석 업무자동화 소프트웨어로 볼 수 있으며 다이어그램 기반 코드생성 기능, 다양한 데이터분석 언어 통합환경, 엑셀스타일 결과보고서 사용자 정의, 업무 자동화 수행 모니터링을 지원한다. 올해 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현대선물 주식회사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민호 대표는 인사이트 스튜디오를 두고 “금융공학”이라는 말로 정의했다. 이 대표는 “금융업계에서 9년을 일하며 리포트를 작성하는 등 대부분의 작업이 수작업이라는 것에서 착안, 이를 자동으로 지원하는 솔루션을 생각해냈다”며 “인사이트 스튜디오는 방대하고 기계적인 작업은 솔루션이 맡으며 사람은 그 과정에서 도출된 큐레이션 콘텐츠를 인사이트 있게 확인하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비유하자면 방대한 데이터의 정리는 인공지능이 맡고, 인간은 인공지능이 정리한 데이터를 통해 인간만 할 수 있는 작업을 한다는 뜻이다. 핀인사이트의 모토인 ‘일은 스마트하게, 그러나 어렵지 않게’가 딱 어울리는 대목이다.

이미 상술했지만 이민호 대표는 안정적인 금융업계에서 9년을 일했다. 그런데 왜 스타트업일까? 이 대표는 “직장을 잘 다니고 있었으며 많은 아이디어를 내 사내벤처 제안을 받을 정도로 보람 있게 일을 했다”며 “하지만 직장 내 상명하복 문화에서 다양한 창업 생태계를 체험하고 싶었고,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에서 회사를 나와 창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회상했다. 패기만만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창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회사를 나온 후 호주를 대상으로 구매 대행 플랫폼 서비스를 론칭했으나 생태계 구축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뜻을 함께 하는 사람도 없었으며 그 이상의 발전 가능성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후문. 이 대표는 “핀인사이트는 두 번째 창업”이라며 “이제야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힘 있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이 대표가 생각하는 핀인사이트의 강점은 무엇일까.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 이 대표는 “핀인사이트는 일반적인 핀테크 회사가 아니다”라며 “핀인사이트의 핀(Fin)은 핀테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Find(찾다)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이라는 아이템에 집중했지만 기본적으로 데이터 기반의 사업군 전반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핀인사이트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의 직업군은 일반 회사원부터 제조업 관계자까지 다양하다. 이 대표는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분석 시장이 핀인사이트가 노리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땀 냄새 나는 인사이트 캠퍼스

핀인사이트의 두 가지 핵심 비즈니스 모델 중 인사이트 캠퍼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분석 전문 온라인 및 오프라인 교육사업을 표방하며 올해 4월부터 시작했다. 데이터 분석, 금융공학모델링, 핀테크, 취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교육을 실시하는 모델이며 핀인사이트가 자신 있게 내놓은 ‘교실’이다. 파이썬을 활용한 금융공학 모델링(김도형 교수)와 엑셀VBA를 활용한 업무자동화 입문과정(곽승주 교수) 등 금융계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을 섭외해 양질의 교육을 실시한다.

이 대표는 “인사이트 캠퍼스는 데이터와 금융의 가치를 더욱 생생하게 묶어낼 수 있는 현장”이라고 자신한다. 내용 그 자체로도 손색이 없지만 차별화된 인사이트가 살아 있는 교육이라는 뜻이다. 이 대표는 “최초 강의에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했으나 최근에는 수강생들을 그룹별로 묶어 사실상 밀착 멘토링으로 진행한다”고 전했다. 단조로운 일방향 교육이 아니라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조언을 얻으며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강의라는 뜻이다. 이 정도면 거의 스터디 수준이다. 이 대표는 “수강생들에게 최고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치열하게 고민했다”며 “말 그대로 수강료의 300%를 얻어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 캠퍼스는 변신을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내년 초부터 온라인 교육을 시작하며 이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교육의 한계가 뚜렷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 지평을 온라인으로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걱정은 있다. 강사의 입장에서 인사이트 캠퍼스의 온라인 강좌를 두고 보안 등에 우려하기 때문이다. 워낙 높은 퀄리티의 강의이며, 금융과 데이터의 만남적 측면에서 전례가 없던 방식이기 때문에 일부 강사들이 온라인에 거부를 보인다는 말이다. 특히 강연 콘텐츠가 새어나가는 경우가 문제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단언했다. “자체 플랫폼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다년간 능력을 입증한 팀과 협력해 제작하기 때문에 보안 등의 문제는 접어두어도 좋다”고 전했다.

나아가 이 대표는 더욱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위해 잘 알려진 인사보다 은둔의 고수를 직접 찾아다니며 섭외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꼭 섭외하고 싶은 강사가 있으면 직접 찾아가 읍소하거나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 열심히 설득한다”며 “최고의 서비스를 위한 발품 팔이에 직원들의 고생이 크지만, 이는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그리고, 미래

핀인사이트는 지난해 4월 설립되고 법인은 9월에 세웠을 정도로 신생기업이다. 하지만 이미 업계에서 금융과 데이터의 만남이라는 참신한 아이템을 선점해 나름의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경력 많은 직원의 도움으로 솔루션도 빠르게 개발했고 일찍 필드에 뛰어든 케이스다. 이 대표는 “벌써 BM 특허출원이 2건”이라며 “지금까지는 투자받는 것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나 회사의 문화를 만들고 차차 정부자금을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회사의 문화에 눈길이 쏠린다. 무슨 문화일까? 이 대표의 대답은 간결했다. “자율적 책임을 바탕으로 함께 성장하며, 재미를 느껴라”로 정리된다. 쓰고 보면 아름다운 문구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조직 생활에 있어 의외로 무시무시한 말이다. 자율적 책임은 독립적 능력을 강조하고 성장은 어렵고, 재미를 직장에서 느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말한다. “핀인사이트는 외부출장을 나가는 직원에게 반드시 관광 일정을 넣어 일상의 리프레시를 보장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스스로 뛰고 성장하는 인재상을 요구한다. 어려운가?”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대표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진심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핀인사이트는 재미있는 회사인 이유는 또 있다. 이 대표의 최종목적을 묻자 “학교를 세우는 것”이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갑자기 왜 학교일까? 이 대표는 “한국 교육의 불합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으며, 주입식 교육이 전부가 아닌 새로운 교육의 장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의 소망이 학교를 세우는 것.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현재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인사이트 캠퍼스를 통해 파격적이고 신선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목과, 천편일률적 학교가 아닌 새로운 스타일의 학교를 설립하고자 하는 꿈은 운명처럼 연결된다. 핀인사이트의 철학이다.

인터뷰 막바지에 이르러 이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지향한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나아가 마지막으로 스타트업 업계나 스타트업을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이 대표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 “본인의 판단을 믿어라. 소신껏 가라. 힘들겠지만, 지금 당신은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