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홍 기자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이 출발했습니다. 소문으로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면면이 제법 화려합니다. 26일 열린 출범식에는 의장으로 추대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축사로는 현대원 청와대 미래수석과 김상헌 인터넷기업협회 회장(네이버 대표)가 참석했으며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상을 통해 포럼의 시작을 축하했습니다.

운영위원으로 비네이티브 김문수 대표, 야놀자 이수진 대표, 이음 김도연 대표, 한국NFC 황승익 대표 등이 선임됐습니다.

본 포럼은 지난 5월부터 논의되었다고 합니다. 인터넷기업협회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스타트업이 자생적으로 결성했다는 설명입니다. 스타트업과 관련된 이슈에 대응하고 자체적인 교육도 실시하는 한편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김상헌 회장의 말을 빌리자면 '로비'도 한다고 합니다.(로비라고 말한다고 부정적으로 해석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네트워킹과 투자에 대한 지원도 실시된다는 후문입니다.

 

그 소소한 장면을 모아봤습니다.

#1. "음, 축하해"
원래 어떤 행사든 축사는 반드시 필요하며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내용이 없는 경우도 많죠. 포럼 발대식도 비슷했습니다. 영상으로 축전을 보내온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멘트를 적으려고 했는데 특기할만한 내용이 없어 노트북을 두드리던 손이 멈추고 말았습니다.

"창조경제의 핵심에 스타트업이 될 것"이라고 전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 수준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영상으로 축전을 보냈는데 "제2의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분명히 말하지만 이러한 축사가 의미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축사는 행사의 성격을 말하기도 하며, 추후 협력방안과 행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미래부와 서울시의 전격적인 지원의지를 확인하는 선에서 이번 축사는 가치가 충분합니다.(내용만 없었을 뿐입니다)

▲ 최진홍 기자

#2. 창조경제와 스타트업
현장에 참석한 현대원 청와대 미래수석의 존재감이 묵직했습니다.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의 인수합병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기억되는 현 수석은 현장에서 의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특히 창조경제와 정부의 방향성, 스타트업의 역할에 대해 고무적인 인사이트를 던졌습니다.

현 수석은 "이번 포럼은 5년, 10년 뒤 큰 의미가 될 것"이라며 "2013년 전 창업이라는 단어는 사전에는 있지만 삶에는 금기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우리경제가 나가야 할 방향성"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이 짧은 시간에 현 정부가 구축했다. 나침반의 방향성은 맞았으니 이제 스타트업이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정부가 창조경제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의 판을 깔았으니, 이제 스타트업들이 역할을 해 달라고 제안하는 겁니다. 음, 이에 대한 생각은 열린 결말로 남기겠습니다.

상생과 협력의 가치를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현 수석은 "아프리카 속담에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있다"며 "스타트업 하나하나가 현재를 이겨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지만 함께 힘을 모으면 비전을 공유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의 미래와 경제를 견인하는 스타트업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 수석은 예정된 행사로 부득이하게 자리를 뜨며 "앞으로 포럼과 관련된 업무는 청와대 미래수석실에서 반드시 챙기겠다"는 말을 남겨 모두의 환호성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스타트업 업계가 포럼을 통해 가장 간절하게 원했던 말일 수 있습니다.

▲ 최진홍 기자

#3. 인기협과 무간도?
사실 포럼 내내 신경쓰이던 것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존재감이었습니다. 네이버 대표를 맡고 있는 김상헌 회장이 포럼 발대식에도 참석했는데, 이 지점이 약간 미묘하기 때문입니다.

인기협은 이견의 여지가 있으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의 모임이며 주로 대기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스타트업 포럼에도 참여하는 온오프믹스도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무조건 대기업 모임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일단 대중적인 이미지는 대기업 중심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스타트업과 함께하다니. 인터넷이라는 접점에 대부분 속해있지만 최근까지 ICT 시장에서 대기업의 갑질이 문제로 부상할 정도로 양쪽의 감정은 다소 상해있습니다. 카카오의 경우에는 더 심했죠.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김봉진 의장의 말에 따르면 최초 포럼의 출발이 인기협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현재 출범하는 사무국도 인기협의 자산으로 보입니다. 주축이 인기협이라는 뜻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묘합니다.

이 '묘함'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바로 발대식 현장에서 보여진 이정수 플리토 대표와 김상헌 회장의 '거리'입니다. 번역 플랫폼인 플리토와 네이버는 갑질문제로 한차례 홍역을 겪기도 했어요. 그런데 26일에는 한 장소에 모여 서로가 서로에 속한 조직에 덕담을 나눴습니다.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입니다. 편을 가르는 것은 아니지만 스타트업의 자생적 조직이라는 포럼이 대기업 중심의 인기협의 손에서 베일을 벗는 장면은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서는 있었습니다. 먼저 스타트업의 반응. 포럼이 끝나고 이정수 대표와 잠깐 만나 이 지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양쪽 감정의 골은 없다"고 말하더군요. 즉 파열음은 있었으나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엄청난 문제는 아니었고, 어쩌면 최근의 논란이 '누군가에 의한 노림수가 아닐까'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포럼을 통해 얻어야 할 커다란 가치를 위해 과거의 일을 덮는 것은 아닐까요? 김봉진 의장의 너스레가 기억에 남습니다. '인기협과 함께하는 것이 어색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무간도 한 편 찍는 것이죠"라고 말합니다. 진짜 무간도처럼 배신과 격정의 드라마를 찍겠다는 뜻이 아니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한 상생을 택하는 것이 큰 틀에서 대승적인 방법론이라는 뜻입니다.

김상헌 회장의 축사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리 준비한 축사가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현장에서 즉석으로 허심탄회하게 인사를 나눴는데요, 이 자리에서 서는 것 자체를 "굉장한 압박감"으로 표현했습니다. 심지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지원하며 상생하고 '싸우겠다'는 말을 했는데, 사실 '싸우겠다'는 말이 상당히 의미심장합니다. 인기협이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을 바라보는 시각의 단면입니다. 물론 이것도 진짜 싸우겠다는 말이 아니라 '치열하게 경쟁하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결론입니다. 인기협이 포럼의 출발에 큰 역할을 했으며, 양쪽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습니다. 그러나 큰 틀에서 협력의 방향성을 위해 서로 웃고 있으나 다소 아슬아슬하게 보입니다. 동시에 '이렇게라도 해야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스타트업의 절박한 감정과, '이렇게 된 이상 상생하고 협력하고 '싸우면서' 뭔가를 이뤄 보겠다"는 인기협의 의지가 충돌합니다. 아니, 충돌이 아니라 새시대를 위한 도약일까요. 앞으로의 역사가 말해줄 겁니다. 카카오 인사가 참석하지 않은 것이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족이지만 포럼 발대식 후 진행된 토크 콘서트가 막바지에 이르러 주최측에서는 각 운영위원들의 포부를 들어보려 했습니다. 그 때 김상헌 회장이 청중석에서 손을 들어 "운영위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중복일테니 하지 말고, 청중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한 것은 김상헌 회장이 유일했습니다.(혹시 현장 질의응답을 하나 싶어 기대감에 젖었던 제 쓰라린 가슴은 덤입니다) 이어 김봉진 의장이 나서 "사무국 식구들을 소개하고 끝내자"고 수습을 했고요.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들의 의사진행을 끊고 자신의 말을 한 김상헌 회장, 이어진 사무국 직원들의 어색한 수습. 저만 이상했나요? 별것아닌 파편들이 모여 큰 그림을 그리는 법입니다. 일부를 보면 다수를 이해할 수 있죠.

▲ 최진홍 기자

#4. 포럼,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뭐야
포럼의 출범을 보며 가장 궁금했던 것. 무슨 일을 할까. 김봉진 의장의 출범선언문에 다 있습니다. 상생을 위한 노력과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 구성, 현안 해결까지. 토크 콘서트에서 이어진 각 대표들의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김봉진 의장은 "힘을 모으자"고 말했고 이수진 야놀자 대표는 "작은 스타트업들의 어려움을 모두가 해결하자"고 전했습니다. 1년에 4회 포럼을 열고 컨퍼런스와 투자관련 지원, 그 외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필요한 모든 방안이 강구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핵심은, 포럼 출범의 핵심은 '규제 철폐'에 있어 보입니다. 황승익 한국NFC 대표는 이 지점에서 울분을 토했습니다. 신용카드 간편결제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이러한 기술들이 고리타분한 규제의 틀에 매여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는 점을 한탄했습니다. 앞으로 포럼의 방향성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려줄 것으로 보입니다.

서글픈 일입니다. 창조경제가 정말 대단한 패러다임이라면, 지금쯤 꼭 필요한 규제는 남기고 나머지는 대승적 차원에서 허용해야 하니까요. 이러한 방안들이 국가 인프라적 측면에서 정교하고 빠르게 진행되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방식이 없어서 스타트업들이 뭉쳤습니다. 추후, 포럼이 어떤 '로비'를 벌이는가에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포럼의 역할이 지나치게 넓은 점은 문제입니다. 사실 기존 스타트업 육성기관이 하던 모든 작업을 다 하겠다고 하네요. 네트워킹도 하고 권익도 보호하고 규제에 나서기도 하며 교육도 한다. 구체적인 방향성이 더욱 뚜렷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핵심이 규제 철폐에 있어 보이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규제 철폐에 중심을 두고 나머지를 곁다리처럼 붙인 분위기도 역력합니다. 아, 회원사들이 각자 바라는 것도 분명히 다르니 이에 대한 조율도 잘 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성의 스타트업이니까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등 기존 지원단체와 역할이 겹치는 것은 아닐까요? 현장에서 임정욱 센터장을 만났습니다. 일단 정체성이 다르다고 합니다. 스타트업 얼아이언스는 지원의 틀을 마련한다면, 포럼은 스타트업들이 자생적으로 만나 구축된 새로운 플랫폼이라는 말입니다. 충분히 일리있으며 맞는 말입니다. 포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다만 앞으로 포럼이 운영되며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물론 다양한 창업지원기관과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빈틈없는, 혹은 중복없는 행보를 보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최진홍 기자

#5. 반드시 필요해진 포럼, '성공해야'
스타트업은 태생적으로 ICT에 기반을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경쟁상대는 글로벌 시장에서 찾아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국내 스타트업은 많은 어려움에 노출된 것이 사실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스타트업들. 이제 이상한 나라를 정상적인 나라로 고쳐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김봉진 의장이 꿋꿋하게 포럼을 준비하고, 김상헌 회장이 있는 인기협 등이 나름의 역할에 나서는 것은 분명 고무적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성공해야 한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이루는 것입니다. 불안한 지점, 당연히 보입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자신의 이득이 아닌 거시적 관점에서 한국 경제를 위해 운동화 끈을 조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될까요? '성공해야 합니다. 무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