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협회는 이르면 올해 안에 카드사의 소멸 예정 포인트를 기부 받아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은 최근 인천 영종도에서 개최된 여신금융협회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연내 설립을 목표로 기부금관리재단을 세워 지속적이고 진정성 있는 여신금융권의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카드사의 소멸 포인트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지난 3월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되면서 재단 설립 움직임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개정법에 따라 여신금융협회는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하고 신용카드사는 이 재단에 선불카드 미사용 잔액과 신용카드 소멸 포인트를 기부할 수 있게 됐다.

카드사들은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자율적 기부’라고 하지만 사실상 강압에 가깝다는 게 일선 임직원들의 반응이다. 국정감사 기간을 앞두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지난 23일 카드 업계를 겨냥해 일침을 가했다. 여신법이 개정된 후 6개월, 선도적으로 기부금 관리재단에 기부한 카드사는 한 곳도 없었다는 것. 여신금융협회는 같은 날 사회공헌재단 설립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계와 협회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모르쇠로 일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국내 카드업계가 수익 악화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6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을 보면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 8개 카드사들의 순이익은 948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77억원) 대비 12.8% 줄었다. 지난해 카드사의 순이익은 2012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7.5%의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폭이 더 커진 것이다.

박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멸된 신용카드사 포인트는 3460억원이었다. 연도별로는 2013년 1157억원, 2014년 1141억원, 2015년 1162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사의 포인트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된다. 카드업계 입장에서는 사회공헌재단 설립으로 지출 항목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가장 큰 의문은 기부의 주체다. 매년 소멸되는 포인트는 금융소비자, 즉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들의 몫이다. 9월 현재 여신금융협회는 각 카드사로부터 재원을 확보, 재단의 이름으로 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애초 카드 포인트의 주인인 금융소비자들은 기부 시스템에서 빠져 있는 셈이다. 금융소비자가 직접 기부 여부를 결정하고, 그에 따른 소득공제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혹은 카드사 혜택에서 포인트 비중은 줄이고 할인율을 높이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 될 것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세부일정, 조직 규모 등 구체적인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디 지속적인 검토와 진정성 있는 기획으로 또 하나의 ‘보여주기 식 재단’이 탄생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