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내 중국인 부동산 투자가 활발해지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익히 알려진 제주도의 경우 중국인이 보유한 토지 규모가 이미 590만 제곱미터를 넘어섰다. 특히 제주는 법무부에서 지정한 시설에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할 경우, 투자 후 5년이 지난 뒤 영주권(F-5)이 주어지는 부동산 투자 이민제 효과를 상당히 누린 편에 속한다.

2013~2014년 1175건이 성사되는 등 2010년부터 1630건, 1조1000억원가량의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이는 리조트나 콘도 등 법무부가 지정한 특정 부동산 상품에 투자를 유치한 결과물이며 그밖에 영주권과 무관한 제주 지역 토지·건물 등 기타 부동산 시장에 중국인들이 미친 영향은 실로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관측되는 여러 개별 통계와 사례를 놓고 보면 제주는 신호탄에 불과했다고 볼 수 있다. 투자 이민제 실적만 놓고 보면 제주 이외의 지역에서는 이러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당초 접근성과 자연 환경, 개발 호재 등에서 중국인들의 구미를 자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인천경제자유구역이나 강원 지역이 기대에 못 미쳤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투자 기준 금액인 5억 혹은 7억 선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적절히 개발하지 못한 것이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투자 이민제 상품은 대개 복합 리조트, 휴양 콘도미니엄 등 상품군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영종도 미단시티 등 대규모 사업이 지연되면서 상품 공급이 늦어진 것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중국 현지에 투자 이민제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경우 2014년 9월에 적용 대상을 미분양 주택으로 확대한 데 이어 올해 투자 기준 금액을 5억으로 인하했다.

중요한 것은 투자 이민제를 통한 중국인의 한국 부동산 투자 규모에 비해 영주권 취득 목적과 무관한 국내 부동산 매입 비중이 점차 높아진다는 점이다. 중국인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지역이나 상품은 어김없이 시세가 오르는 양상을 보인다. 외국인의 경우 집단 대출이나 부동산 대출이 힘들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대부분 현금 전액을 주고 국내 부동산에 투자한다.

또한 고가의 부동산이나 가격 폭등 지역, 우수 학군 지역, 청약 경쟁률이 높은 지역 부동산을 큰 거부감 없이 사들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해당 지역 혹은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여기에 관련된 언론이나 지역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업계의 홍보가 더해지면 내국인 투자까지 활발해지면서 거래량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많은 투자 자문사들과 부동산 전문가들이 최근 침체된 국내 주택 시장위기와 하락 중인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에 맞설 투자 모멘텀으로 중국인이 몰리는 지역과 상품을 대안 제시하는 상황이고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 및 수도권으로 지역을 한정해도 중국인들이 많이 투자하는 지역이나 상품은 상당히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중국인들이 투자 의욕이 강하다고 해서 묻지마식으로 사들이는 것은 아니다. 주변 시세 조사와 개발 호재 등을 통한 미래 가치 분석을 철저하게 한다. 그런 검토를 거쳐 투자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는 곳은 대학교가 밀집한 서울 마포구, 서대문구 지역의 단독주택이나 상가주택, 빌딩이 대표적이다.

한강변에 위치한 강남, 반포 일대 아파트나 성수동, 뚝섬 주변 건물에도 중국인들의 손길이 계속 뻗치는 중이다.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중국 타운이 어느 정도 형성된 구로구 일대 상가 건물들도 중국인 매입이 크게 증가한 지 오래다.

수도권에서는 영종도가 대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수십 대 1에서 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큰 이슈를 몰고 온 영종도 단독주택용지는 프리미엄을 주고 매입하려는 중국인들이 연일 대기 중이다. 단독주택용지에 비해 건폐율이 낮아 토지 규모가 큰 전원주택부지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밖에 분양형 호텔을 수십개 단위로 분양받는가 하면 신규 분양 상가를 한 개 층씩 매입한 사례도 최근에 관찰됐다.

영종도의 경우 파라다이스 카지노 개장이 임박해 오면서 중국인들의 입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관리지역의 경우 땅값은 이미 지난해와 비교해 40% 가까이 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영종도와 인접한 송도국제신도시에서도 연세대 캠퍼스 인근의 외국인 아파트 단지 10여 세대를 중국인이 분양받았고 상가 점포 투자를 희망하는 대기 수요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절실히 원하는 지자체와 건설업계 등은 보다 더 공격적인 중국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상당수의 지방 프로젝트는 전체 상품을 투자이민제로 지정받아 중국인 투자를 유치한다는 전략을 짤 것이고, 분양형 호텔이나 중국인이 선호하는 지역의 신규 아파트 역시 중국 현지에서 사업 설명회 등을 활발하게 개최하며 상품 홍보에 나설 전망이다.

국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중국인 수요 형태와 계층을 보면 한족과 조선족의 비율이 대략 50:50으로 비슷하다. 또 청두, 다롄, 소주, 베이징 등 한국 기업체나 사업체가 있는 지역에서 유입되는 비중이 높다. 전반적으로 단기 투자와 장기 투자 비율은 20:80 정도로 중장기 투자의 비율이 높다. 중국 내에서 대학교가 인접한 지역의 부동산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대학교 인근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도 흥미롭다.

개인사업가, 자영업자, 은퇴자산가 등으로 다양한 계층이 있고 토지, 주택(아파트), 상업용 부동산, 투자이민제 관련 상품 등 개인의 목적에 따라 원하는 상품이 다양하다. 개인 투자자 자산 규모는 5억~50억 안팎이 대부분이고 당사자 외에 주변 지인이 따라서 투자하는 경우가 높은 빈도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현지 공무원들과 한국과 산학협력 중인 대학교 관련자들이 중국의 큰손들을 연결시키는 경우도 많다.

위안화 평가 절하와 증시 폭락 등 중국발 쇼크로 중국 내 큰 손들이 외국 부동산에 대거 몰리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주요 도심 부동산에 중국 타운이 새로 형성되는 현상이 최근 수년간 꾸준히 이어져 왔다. 중국의 대형 건설사들이 유럽이나 미국 서부 지역에 대규모 콘도 등을 지으면서 중국인에게 마케팅하는 경우 상당 물량이 중국인들에게 분양되기도 한다.

최근 중국 건설사들이 한국 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상황에서 제주를 제외한 지역에 간헐적으로 들어오던 중국 개인 투자 계층의 빈도가 높아지면서,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특정 블록을 중국인들이 집중 매입하면서 잠식당하는 일도 조만간 현실로 나타날지 모른다.

부동산 시장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내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 변화에 어떤 요인으로, 강도로 나타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해당 섹터 내의 주택과 상권에 파장을 몰고 올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국내 부동산 투자자들도 향후 중국인들의 투자 방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