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의 핵심은 안전성… SK이노베이션의 독보적 분리막 기술에 눈길

스마트폰, 가전, 전기차의 핵심인 리튬이온 2차전지. 그 2차전지의 핵심이 바로 분리막 기술이다. 최근 갤럭시 노트7 폭발로 리튬이온 2차전지의 안정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분리막의 중요성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 밀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전극물질을 넣기 때문에 폭발 우려가 크다. 이러한 폭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분리막이다.

분리막은 수㎛(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의 얇은 고분자 필름 형태로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들어가 단락 현상을 막음으로써 전지의 안전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내 음극과 양극이 곧바로 연결되는 단락이 발생하면 매우 짧은 시간에 과전류가 흐르면서 엄청난 열이 발생해 불이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분리막은 이 같은 사고를 막아 전지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소재로 쓰이고 있다.

▲ SK에서 생산하는 2차전지 분리막. 출처=SK이노베이션

분리막 시장 규모는 2차전지를 필수로 사용하는 전기차 및 IT 기기 시장의 성장과 함께 커지고 있다. 매년 전기차 배터리용 분리막 수요가 29% 증가하고 있고 IT 기기 시장 수요도 연평균 9%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시장분석업체인 B3에 따르면 세계 분리막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약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2차전지 생산 업체 중 유일하게 분리막 기술을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1.5㎡를 판매해 전 세계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한 세계 2위 업체다. 일본의 아사히카세이가 3.1억㎡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50%로 1위에 올라있다. 3위가 일본의 도레이BSF다.

▲세계 분리막 시정 점유율. 출처=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매년 20% 이상씩 생산능력을 늘리며 아사히카세이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분리막의 연간 매출액은 2000억원 수준이다. 지난 2005년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첫 양산 이래 현재까지 누적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최근 분리막 수요 급증… SK이노베이션, 중국 넘어 세계로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의 발화 이후 교체 물량에 중국 ATL배터리를 전량 채용하기로 하면서 국내 SK이노베이션의 물량 증대가 예상되고 있다. ATL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을 공급받는다.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은 그동안 삼성 관계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갤럭시 스마트폰의 배터리에 탑재돼 왔다. 하지만 갤럭시 노트7 배터리의 분리막의 경우 기존의 SK이노베이션에서 일본 도레이배터리 세퍼레이터필름(BSF)으로 교체됐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ATL에 탑재된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과 삼성 배터리 관계사에 들어간 도레이BSF의 분리막의 원단 두께는 각각 5마이크로미터(㎛)와 6㎛로 큰 차이는 없다. 따라서 도레이BSF의 분리막이 배터리 폭발의 근본 원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분리막 자체가 취약해 파손되기도 하지만 공정상의 부주의로 들어간 이물질 때문에 분리막이 파손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도레이BSF의 분리막이 들어간 배터리에서만 발화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해당 분리막의 내구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 관계사는 도레이BSF로부터 분리막을 조달해 코팅 처리한 후 삼성전자에 납품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코팅까지 처리한 후 ATL에 납품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ATL의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비중은 전체 물량의 30% 수준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배터리 발화 사태로 ATL과 손잡으면서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으로 분리막을 납품하게 될 전망이다.

▲ (단위: 원) 출처=한국거래소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중대형 분리막 시장 성장 가속화 

전기차 역시 배터리로 많은 2차전지가 사용되는 만큼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SK이노베이션은 국내 경쟁업체 대비 후발 주자이지만 기술력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2009년부터 독일 다임러 그룹, 현대기아차, 중국 베이징 자동차와 합작법인인 BESK를 설립하는 등 주요 전기차 모델들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추후에도 SK이노베이션의 주 사업 영역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와 순수 전기차(BEV)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부문 성장성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에 맞춰 분리막 시장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대형 리튬이온 2차전지용 분리막은,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S의 인기와 함께 BMW i3, 기아자동차의 ‘쏘울EV’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전기차가 출시가 이어지면서, 2020년까지 연평균 25%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20% 이상 생산능력 늘려… 세계 1위 노린다

SK이노베이션 분리막 사업의 첫 시작은 2004년이었다. 그해 12월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최초, 세계 3번째로 개발에 성공, 2005년 12월 충북 청주 1호 라인에서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상업가동 이후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저수축성‧내열성을 바탕으로 시장에 빠르게 안착해 상업생산 2년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 또 매년 20%가 넘는 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설비 증설도 빠르게 진행했다.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 사업은 배터리 핵심소재(리튬이온전지분리막, LiBS)를 생산하는 청주‧증평공장과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전극‧셀‧Pack까지 일괄 양산하는 서산배터리 공장,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대전 GT(Global Technology, 기술원)와 함께 ‘배터리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이후에도 매년 20%에 육박하는 분리막 수요에 맞춰 꾸준히 생산라인을 늘려 현재 청주에 1~3호, 충북 증평에 4~9호 등 총 9개 분리막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10·11호기 증설을 시작했다. 이번 증설로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 총 생산능력은 연간 3억3000만㎡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분리막 시장 1위 기업인 아사히카세이와 더욱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015년 습식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은 26%로 누적매출 1조를 넘어 섰고, 전 세계 노트북과 스마트폰 5대 중 1대는 우리 분리막이 들어간 리튬 2차 전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전기차용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자체 개발한 세라믹 코팅 분리막을 발판으로 2020년까지 글로벌 분리막 시장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출처=SK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