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 보면 관행에 익숙해진다. 경험이 많을수록 새로운 발상을 내놓기 어렵다. 어린 시절엔 총명하게 갖은 질문을 해대던 아이도 나이가 들면서 지식에 갇혀버리면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컴퓨터 인공지능시대가 되면 더욱더 사람들은 생각하는 노력을 게을리할 것만 같다. 실제로 많은 지식과 데이터로 잘 학습된 인공지능이라면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수긍할 만한 해답을 제공하게 된다. 많은 사례를 통해 검증받은 가장 최선의 해답도 알려줄 것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생각을 멈추고 인공지능이 제시해 주는 가장 합리적이고 지당한 해답에 맞춰서 산다면 우리 사회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그렇지만 결국은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원하는 해답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좀 더 엄밀히 말한다면 해답을 평가하는 사람의 기준이 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요리도 매일같이 먹으면 질리듯이 사람들은 똑같은 해답에 식상해 한다. 그래서 모범적인 사람보다 튀는 연예인을 더 흥미롭게 바라본다. 기어갈 경로가 뻔히 내다보이는 달팽이보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메뚜기가 더 눈길을 잡고 흥미로운 법이다. 사람은 예상치 못한 유머에 배꼽을 잡고 웃는다. 문명도 항상 새로운 발상을 기반으로 발전한다. 컴퓨터가 제시한 해답으로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히지 못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창의력이 감퇴된다

칩 톰슨(Chip Thompson)은 나이를 먹으면서 창의력이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아주 흥미로운 창조성 곡선이라는 그래프로 표현했다. 어릴 적에는 사소한 것에도 재미있다고 웃고, 의문을 갖고 질문하고, 당치도 않은 새로운 발상을 내놓고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차츰 그 빈도가 낮아지다가 44세쯤 되면 세상을 통달하게 되면서 주변의 변화에 별 관심이 없게 되어 거의 웃을 일이 없고, 궁금한 것이 없으니 질문도 하지 않으며, 모든 일이 당연하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은퇴를 하면 사람들이 다시 질문을 시작하고 웃음이 늘어나고 뭔가 새로운 발상을 다시 하게 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심리학과 교수인 케이스 사이먼톤(Keith Simonton)은 유명한 시인들이 역사적인 작품을 남긴 나이를 평균해 보니 25세였고,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물리학자들이 공적을 세운 논문을 집필한 나이의 평균이 30세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하면 위대한 창조력이 발휘된 시점은 20대에서 30대 초반이고 이후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점차 창조력을 상실해 간다는 주장이다. 경험이 많고 지식이 쌓이는 것보다 젊음의 무지가 창의력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학위논문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유명한 학자들의 논문을 너무 많이 읽으면 절대로 좋은 논문을 발표할 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 교수는 학생에게 문제만 던져주고 남의 주장에는 귀 기울이지 말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방치하면 젊음의 창의력이 기상천외의 해법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사이먼톤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소멸해 가던 창의력도 소생시키는 비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 비법은 바로 여행과 직업 전환이다.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이유는 지금껏 보고 듣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서다. 이 세상에는 자신이 살던 지역의 환경과 문화와는 전혀 다른 경이로운 문화와 경치를 가진 곳들이 너무도 많다. 이런 곳을 여행해보면 누구나 어린 아이처럼 호기심이 발동하고 질문이 많아지며 웃음이 쏟아질 만큼 재미있는 일들을 마주치게 된다. 그런 신선한 경험은 새로운 발상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창의력이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환경을 새롭게 바꾸고 전혀 다른 업무를 하다 보면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온다. 궁금한 것이 많아지고 새롭게 시도하고픈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그래서 직업을 자주 바꾸고 직장을 자주 옮기면 나이에 무관하게 창의력이 쇠퇴하지 않게 된다. 보금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호기심을 발동해 새로운 일을 해보겠다는 열정이 솟구쳐서 창의력이 살아난다고 할 수 있다. 고정된 직업보다는 항상 새로운 일을 맡게 되는 프리랜서가, 그리고 같은 직장이라도 고정된 직무보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직무나 직책을 맡게 되면 창의력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귀납적으로 문제를 접근한다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만사를 컴퓨터에 의존하기 쉽다. 하지만 컴퓨터도 답을 모르는 질문이 많게 된다. 예를 들면 아이비엠(IBM) 왓슨이 제공한 동영상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작은 유치원 선생인 에슬리가 왓슨에게 다가가자 왓슨은 그녀를 알아보고 곧 바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읽기론 유치원 선생이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교육전문가들이 축적한 지식을 바탕으로 조언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각 학생의 적성, 발달 상태, 지역 등을 고려해서 맞춤형 커리큘럼을 만들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에슬리는 이렇게 질문을 한다. “잠깐만요, 제 질문은 이거예요. 아이들을 조용히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그러자 인공지능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답한다. “이 세상에 알려진 해법이 아직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결국은 이 세상에 흩어진 데이터들을 모아서 귀납적으로 해답을 구할 뿐이지, 한 가지 사실로부터 유사한 다른 여러 가지 사례들을 유추해내는 연역적 접근방법은 사용하지 않는다. 많은 사례가 있다면 그 해법을 제시할 수 있지만 사례가 드물다면 신뢰도가 낮아서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의미다. 만약 알파고가 수많은 바둑 동호인들의 기보들을 사전에 충분히 학습하지 않고 이론만 열심히 되새겼다면 바둑의 오묘한 원리를 깨닫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세돌의 상대가 될 수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등장할 수많은 인공지능들은 다양한 지능알고리즘들을 갖게 될 테지만 뚜렷한 알고리즘이나 학습할 데이터가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사례가 없는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면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가 되어도 우리는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고 색다른 해답이 필요하게 된다. 할 수 없이 그 해답은 사람이 찾아내야만 한다.

미래 인재들이 갖춰야 할 능력은 바로 인공지능이 답하지 못하는 해답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사례를 만들어 가는 창의력이 바로 인재의 요건이다. 창의력은 새로운 질문을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한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해야 차원이 다른 질문이 가능하다. 문제의 본질은 깊은 질문을 반복함으로써 다가갈 수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브루타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이해한다. 하브루타는 서로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 토론, 논쟁을 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진지하게 주고받으면 질문과 대답이 된다. 질문이 심오해지면 토론이 되고 전문화되면 논쟁이 된다. 하브루타는 뇌를 격동시켜 생각을 확산시키고 상대의 말을 되받아치면서 자신의 논리를 가다듬는다. 하브루타를 하면 알고 있다고 여겼던 일도 새롭게 문제를 인식하게 만든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주변 사실들이 드러난다. 서로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과 답변이 오가면서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창조적 힘이 길러진다. 하브루타 학습법은 스스로의 논리체계를 정립하고 새로운 지혜를 발굴하는 창의력 증진법이다.

 

인공지능과 하브루타 해보자

앞으론 교과서는 클라우드 지식창고가 대신하게 된다. 매일같이 변하는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라우드 지식을 관통하는 하브루타식 학습법은 개별적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개인별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인공지능은 클라우드 지식 창고에서 필요한 지식을 모아서 정리해준다. 따라서 인공지능과 하브루타를 하면 항상 새로운 지식을 마주치게 되므로 세상의 수준을 쉽게 가늠할 수도 있다. 자신의 처지에 맞는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다 보면 맞춤형 응용력도 생긴다. 인공지능은 하브루타 상대의 질문과 지식 수준에 맞춰 답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인공지능과의 하브루타는 토론의 초점이 질문자의 이해 수준과 관심 영역으로 좁혀지면서 맞춤처방이 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필요한 자질은 스마트한 문제의식이다. 인공지능은 클라우드 지식창고에서 정치, 문화, 경제, 역사, 언어, 사회, 예술, 과학, 기술 등 필요한 모든 자료를 분석해서 정리해줄 것이기 때문에 암기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인간의 잠재력은 어떤 관점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남다른 가치관으로 문제에 접근하면 남이 미처 깨닫지 못한 해답을 스스로 얻게 된다. 그래서 속세와 다른 선각자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해답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문제를 뛰어 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 해답이 옳은지 아니면 인공지능과 더 깊은 주제에 대해서 하브루타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새로운 창의력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새로운 가치, 즉 시대가 목말라 하는 새로운 샘물과 같은 가치여야 한다. 그런 가치발굴능력은 시대정신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온다. 또한 아무리 해법이 좋아도 실천하는 방법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해법을 제대로 표현하고 적용하는 응용력이 바로 인재의 능력이다. 주변을 설득해서 협력을 이끌어 내는 친화력과 장애물을 뛰어넘는 과감한 실천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