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드 오피스(Serviced Office)’라는 다소 생소한 업계 용어가 일반에도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서비스드 오피스는 빌딩을 장기 임차해 개인이나 소형 업체에 재임대하고 다양한 업무지원을 해주는 공간 서비스로, 2~3년 전부터 유행처럼 번지던 공유경제의 부동산판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알려지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김지현 밴타고 이사.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올해 영국계 종합부동산 컨설팅회사인 세빌스코리아는 서울 도심에 ‘밴타고(Vantato)’라는 서비스드 오피스 사업을 시작했다. 종로구의 프라임 빌딩 ‘타워8’의 15층과 16층이 1~15인용 사무실 75개, 첨단 회의실 6개,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미나실, 라운지, 수면실, 샤워실 등으로 갖춰졌고 여기에 자산관리업체, 법률 스타트업, 회계법인, 국내 진출을 타진 중인 외국계 기업 등이 입주했다.

영국 본사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일이었다. '여풍(女風)'이 거센 서비스드 오피스 업계에서도 베테랑으로 꼽히는 김지현 밴타고 이사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품이다. 열혈 호텔리어였던 그는 2008년 서비스드 오피스 업계에 발을 들였다.

“JW메리어트 호텔이 서울 반포를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왔을 때 ‘오픈 멤버’가 돼 호텔 일을 시작했고 파크하얏트도 오픈 직후에 합류해서 호텔 세일즈와 마케팅 업무를 했어요. 2008년 글로벌 서비스드 오피스 업체인 리저스의 한국 첫 지점인 경암센터 지점장으로 이직하면서 업계에 처음 왔죠.”

유쾌하고 긍정적인 성격이 묻어나는 명랑한 대답이다. 그답게 전직에 대한 고민도 길지 않았다. “호텔에서 세일즈 관련 일만 하다가 아예 하나의 지점을 책임지고 맡아서 관리할 수 있다니 끌렸어요. 두 비즈니스는 사실 영업대상부터 다르죠. 호텔은 특정한 사람이나 기업들을 영업 대상으로 한다면 서비스드 오피스는 불특정 소수에 대한 세일즈라는 점이 일단 달랐습니다.”

가령 호텔의 경우, ‘어느 회사가 연간 몇 개 방을 쓴다’, ‘정기적으로 호텔 행사나 회의를 한다’ 하는 데이터가 있고, 그에 따라 세일즈를 진행한다. 그런데 서비스드 오피스의 경우에는 고객층도 대중이 없었다. “호텔은 일반적으로 로컬 회사들과 세일즈를 하는 듯하지만 실제 이용하는 사람은 외국에서 온 사람이거나 하는 등 방문하는 사람이 다르잖아요. 그런데 서비스드 오피스의 고객들은 날마다 서로 얼굴을 봐야 하는 사이가 되죠.”

▲ 김지현 밴타고 이사.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업계도 그가 처음 왔을 때와는 사정이 달라졌다. 이미 서비스드 오피스, 비즈니스센터, 공유오피스 등 유사한 성격의 재임대 사무실이 서울에만 2000개라는 통계가 있다. 그도 이미 시장은 과잉공급 상태라고 답한다.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으로 예상해요. 외국계 고객사들이 안정적인 수익원인 만큼 홍보나 서비스 등 외국 회사들을 상대할 수 있는 어학실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보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현재 밴타고의 입주사도 한국 기업이 10~20% 정도로 나머지는 모두 외국계 기업이다.

그는 밴타고가 서울에서도 가장 중심인 위치, 최신의 프라임 빌딩에서 그에 맞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입주사들로 하여금 ‘내 오피스가 여기다’ 하는 자부심을 갖게 하고 싶습니다. 특히 50명이 수용되는 회의실, 한 층의 절반에 해당하는 라운지 등 공용 공간이 많아요. 재임대 모델인 업계 특성상 ‘공간이 다 돈이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를 과감하게 공요화한 점을 강점으로 자랑하고 싶어요.”

부동산 종합 서비스 회사가 운영하는 유일한 업체라는 이점도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모회사인 세빌스코리아가 밴타고가 운영되는 건물을 관리하니까 입주사의 요청 등에 따른 협조가 잘 되고 커뮤니케이션이 쉽죠. 또 밴타고 입주사 중 사세가 커져서 단독 사무실을 가지려 할 때는 세빌스코리아가 도와줄 수 있어요.”

그는 최근 화제가 되는 다양한 코워킹 스페이스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캐주얼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지만 고객층이 스타트업이나 젊은 층 등으로 한정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 기업은 물론 외국계 기업들도 프라임급 오피스를 고집하거나 격식을 차리는 고급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보수적인 업체들의 경우 협업보다는 정보 보안 등에 더 신경을 쓰고요. 심지어 동종 업계를 피하기 위해서 고객 리스트를 달라고 요구하는 입주사도 많아요.”

부동산 업계에서도 유독 서비스드 오피스 시장에는 여성 리더들이 많다. 그는 입주사들에 보다 친근하고 섬세하게 서비스할 수 있어서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