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개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소프트웨어 개발방법론의 변화다.

▲ 출처=픽사베이

개발방법론은 정보시스템의 개발 계획부터 구축, 운영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절차, 도구, 기법 등을 정리해 놓은 체계다.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의 제도나 규정을 따름으로 인해 조직 문화가 형성되는 것처럼 저마다의 철학을 담고 있는 개발 방법론은 그에 따른 개발 문화를 형성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오랫동안 인기 있었던 그리고 지금도 인기 있는 개발방법론은 애자일(Agile)이다. 애자일 이후에는 클라우드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데브옵스(DevOps)가 각광받고 있다. 전통적인 수직적 개발 과정에 반기를 들고 등장한 애자일과 데브옵스. 두 가지 방법론을 비교해봤다.

빠르고 유연한 애자일

지난 5월, 글로벌 경영컨설팅회사 맥킨지는 ‘광범위한 애자일 개발 회사를 위한 운영 모델’ 보고서에서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 제품 출시를 하는 기업은 일반 기업보다 혁신을 최대 80%이상 가속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보고서에서는 “애자일 방식이 20년 이상 실리콘밸리 공룡 기업들의 실험 끝에 마침내 대세(mainstream)가 됐다”고 평했다.

애자일(Agile)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민첩한, 날렵한’이다. 정해진 순서의 계획을 따른다기보다는 개발 주기나 개발 환경 등 변수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개발 방식을 말한다. 분석-설계-구현-테스트-출시와 같은 개발 주기를 순환적으로 여러 번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요구사항을 추가하거나 변경한다. 결과적으로는 좀 더 빨리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고 시장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애자일은 1986년 1월 Harvard Business Review에 게재된 “The New New Product Developement Game”에서 처음 등장했다.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가장 인기 있는 애자일 기법은 ‘스크럼(Scrum)’이다. 스크럼은 럭비에서 유래된 용어인데, 프레임웍(Framework)이 단순하고 적용이 쉬워 애자일 방법론 중 가장 많이 사용된다. 애자일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상호작용, 요구사항 변경에 대한 유연한 대처,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민첩한 대응과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 요즘에는 개발 방식뿐 아니라 기업 문화에 적용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개발 방식과 기업 문화에 ‘애자일’ 방식을 채택했다. 삼성SDS는 지난해부터 애자일 방식을 본격 실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애자일 코어’팀도 운영하고 있다.

▲ 스크럼 보드. 출처=위키미디어

개발과 운영을 동시에 하는 데브옵스

데브옵스는 개발자(Developer)와 운영자(Operator)의 합성어다. 2008년 애자일 컨퍼런스에서 앤드루 클레이 쉐이퍼(Andrew Clay Shafer)와 패트릭 드부와(Patrick Debois)가 "애자일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해 논의하며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그 후 2009년 벨기에에서 열린 "데브옵스 데이(DevOps Day)"를 통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데브옵스는 개발 담당자와 운영담당자가 협력하는 개발 방법론이다. 이전에는 따로 진행됐던 개발과 운영을 효율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다양한 기법이나 도구, 조직 등을 일컫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를 비롯한 시장업체들은 2016년부터 데브옵스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F5 네트웍스 칼 트리베스는 지난해 IT 기업 임원과 엔지니어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3000명 중 81%가 향후 클라우드를 사용할 계획이며 운영 효율성을 위해 데브옵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CT 기업은 소프트웨어 개발 및 운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실현하는데 있어 데브옵스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샤반 골리 다이스(Dice) 회장은 “데브옵스 철학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은 ‘코드화된 인프라스트럭처’라는 개념이다”라고 말했다. 골리는 인프라스트럭쳐, 보안 등 흩트러져 있는 각종 영역을 통합함으로써 전반적인 상태 변화를 한 눈에 바라보는게 데브옵스의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빅데이터 시대에 데브옵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팽팽하다. 데브옵스가 실리콘 밸리 주류 개발 방법론으로 자리매김할 지 주목된다.

애자일과 데브옵스는 모두 소프트웨어 개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나온 방법론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고 있는 방법론을 적용한다고 무조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개발 환경에 어떻게 적용시킬지에 대한 문제다. 애자일과 데브옵스 중 어느 것이 나은지 우열을 가리는 것도 무의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처한 상황과 조직 특성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