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단지에 위치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하얏트 재단이 ‘건축예술을 통해 재능과 비전, 책임의 뛰어난 결합을 보여주어 사람들과 건축 환경에 일관적이고 중요한 기여를 한 생존한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상인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al Prize)을 받은 알바로 시자(Alvaro Siza)와 그의 제자인 김준성이 함께 건축했다. 그는 20세기 모더니즘의 마지막 거장이자 건축계의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술관은 화이트 빛깔로 꾸며진 전형적인 갤러리 공간이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벽면이 하나의 전시공간을 이루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에서는 인공의 불빛이 아닌 자연채광이 스며들어서 그 공간에서 따스하면서도 은은하고 차분한 느낌을 받는다.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에도 복잡한 동선을 지니고 있지 않아서 작품을 감상할 때 여유롭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여유롭게 한 작품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느낌이다. 곡선으로 이루어진 이 공간이 주는 특혜인 것이다.

미술관은 현재 붓이 아닌 도구로 작업하는 화가 제여란의 개인전을 하고 있다. 작가의 도구는 ‘스퀴지’라는 도구인데, 이미지를 종이에 인쇄하기 위해 물감을 밀어내는 도구를 붓처럼 사용한다. 스퀴지를 사용하는 작가는 화이트 캔버스의 팽팽한 사각형 안을 즉흥적으로 움직여 강렬한 색들을 서로 교차시키고 반복적이면서도 반복적이지 않은 화면을 만들어낸다.

작가의 작품은 추상과 구상회화의 경계를 넘나든다. 미술관과 닮은 느낌이다. 미술관의 곡선으로 연결된 느낌처럼 작품도 경계를 두지 않는다. 작가는 작품을 무엇이라고 정의하지 않고 관람객과 대화를 하고 있다. ‘무엇이 보이니?’라고.

▲ 미메시스 미술관 홈페이지

YG의 아이돌 그룹 ‘빅뱅’ 탑(최승현)은 작품을 보고 “그 안에 따뜻한 자연의 색채와 수많은 계절에 위로받고 치유되며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게 되고 마음에 반항심은 사라진다”고도 했다고 한다. 필자는 강렬한 작가의 감정이 느껴지고, 작품을 제작하는 동안의 움직임이 생각되면서 마음의 강열한 열정이 불러일으켜졌다.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달라지는 것이 미술 작품이다. 우리도 작가의 의도에 따라 제목만 보고 그 작품의 의미를 정의해보지 말고, 작품의 의미를 추론도 하지 않은 채 나름의 해석을 한다면 좀 더 즐거운 미술 관람이 되지 않을까? 특히 아이들과 함께라면 좀 더 창의성을 북돋워주는 미술관 나들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미술관의 작품과 공간의 미를 즐기고 미술관 밖으로 나오면, 푸르른 잔디와 맑은 가을 하늘의 푸르른 색이 어우러진 흰색의 외관은 작품이 되어 우리의 눈을 설레게 할 것이다. 더운 8월의 열기를 이겨내고 찾아오는 9월의 가을 향기와 맞닥뜨리는 미술관의 기운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가을의 첫 나들이는 파주출판단지의 북쪽 끝 미술관을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