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지금을 스타트업 전성시대라고 부른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외연을 넓힌 만큼 질적인 성장도 이뤘다고 볼 수 있을까? 스타트업은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무너지는 곳도 많다. 창업을 스펙쌓기의 일환으로 치부는 사람들도 있고 지원금은 줄줄 새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 자체는 순항하고 있으나,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대로만 가면 남는 것은 ‘공멸’의 길이다.

이 지점에서 새로운 방법론을 들고 나온 사람이 있어 눈길을 끈다. 유석호 한국M&A센터 대표를 만나보았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선순환 생태계를 위해

유석호 대표는 경영인 출신이다. 쇼테크, 일경 등 기업을 실제 운영하며 상장까지 경험해 승승장구했으나, 이 과정에서 쓰라린 실패도 겪어보기도 했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으며 경영의 무서움을 온몸으로 체화시킨 인물이다. 하지만 유 대표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변곡점은 페녹스VC와의 만남이다. 2014년 페녹스VC 한국지사장을 맡아 본격적인 투자유치 업무를 담당했으며, 이는 곧 유 대표에게 스타트업이라는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한국M&A센터 대표로 변신했다. 페녹스VC 한국지사장을 지내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투자유치 및 인수합병을 도와주고 있다. 유 대표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일반적 의미의 해당 기업들의 투자유치와 인수합병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초부터 준비를 시작해 지난해 말부터 3000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200여개의 상장사를 바탕으로 상생M&A포럼을 열어 본격적으로 예열을 시작했고, 페녹스VC 한국지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본격적으로 한국M&A센터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국M&A센터는 상생M&A포럼의 플랫폼 구축을 확실하게 만들기 위해 세워졌다. M&A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선순환 구조의 인수합병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출범한 한국형 플랫폼을 표방한다는 설명이다. 쉽게 말하자면 스타트업과 상장사의 만남을 주선하고 이를 통한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왜 이런 길을 걷고 있을까? 그 배경을 두고 유 대표는 “페녹스VC 시절 한국 인수합병 시장이 후진적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좋은 아이템을 가진 스타트업이 투자유치를 타진하고 기다리다가 망하는 경우도 생기고, 상장사의 경우 실질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워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전했다. 이어 유 대표는 “스타트업과 상장사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더 이야기를 들어보자. 유 대표에 따르면 지금 대부분의 상장사는 ‘위기’다. 신성장 동력이 상당부분 제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스타트업으로 대표되는 외부의 혁신을 불어넣으면 양쪽의 시너지를 극적으로 모을 수 있다는 것이 유 대표의 주장이다. 자금적으로 여유가 있으나 신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장사, 아이디어는 번뜩이지만 실질적 ‘총알’이 없는 스타트업을 만나게 한다면? “현재 상장사들은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알아볼 수 없다. 능력은 있지만 과거에 갇혀 미래를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타트업 업계는 양적인 팽창을 거듭했으나 실질적인 비즈니스 경험이 일천한 경우가 많다. 바로 이 간극이 한국M&A센터가 집중한 대목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의문과 비전의 사이에서

유 대표는 상장사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전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조성하는 것이 일생의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믿지 못하겠다’는 반론도 많이 나온다. 특히 상장사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방식에 있어 고안된 상생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의문부호가 상당하다.

상생 크라우드펀딩은 스타트업 단독으로 펀딩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상장사가 일종의 보증을 서는 개념에서 시작된다.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을 후원하는 상장사의 매칭이 먼저 실시되어야 펀딩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이후 스타트업은 상장사로부터 특허, 사업 아이템, 인력 등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그 범위 내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한다. 또 펀딩에 참여한 일반 투자자는 약정 기간 후 풋옵션(Put Option, 투자금 회수)을 요청할 수 있다.

만약 투자받은 스타트업이 목표 달성에 실패해 상환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면 후원 상장사가 이를 대신 이행한다. 이후 상장사는 해당 스타트업이 성공했을 경우 크라우드펀딩 당시와 같은 조건으로 투자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며, 실패했을 경우 사전 약정된 기업가치로 해당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결론적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이 없는 투자며, 이는 곧 허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셈이다. 하지만 유 대표는 단호하다. “2회에 거쳐 이미 성공했으며, 특허출원도 마쳤고 회계법인 및 금융당국의 허가도 받았다.” 지켜보면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자부심이다.

 

어디까지 갈 생각일까?

유 대표에 따르면 현재 한국M&A센터는 한 달에 최대 200개 스타트업의 신청을 받아 20개를 추려낸 후 컨퍼런스에 참석시킨다. 이후 20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3분의 발표를 마치면 수 백명에 달하는 상장사, VC, 관계자들이 관심이 있는 스타트업을 지목해 ‘길’이 열리는 셈이다. 경매방식을 연상하면 편하지만, 사실 오프라인에서 만나 짧고 강렬한 피드백을 나누고 실질적인 합을 빠르게 맞추기에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더불어 오는 9월에는 상장사와 스타트업의 온라인 연결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외연적 확장을 거듭하는 한편, 10월에는 페녹스VC에서 100만달러를 걸고 실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월드컵에서 한국지역예선을 주관할 예정이다.

하지만 유 대표는 아직 배가 고파 보인다. 유 대표는 1조 흥국론을 내세웠다. 성장엔진이 꺼진 10개 상장사에 1000억씩 증자한 후 그 자금과 상장사의 주식 발행을 활용하여 5조원 상당의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을 인수합병하는 프로젝트다. 나아가 유 대표는 1% 부국설도 주장하고 있다. “상장사가 시가총액의 1%를 활용해 스타트업 후원에 나서는 제도가 국가 정책으로 발전한다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 창업 생태계 활성화 및 경제 선순환 구조 구축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 대표는 ‘꿈꾸는 사람’이다.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미래를 말하며 당장 체감할 수 없는 화려한 비전을 그리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위험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유 대표가 지금까지 걸었던 길, 이뤄놓은 가시적 성과, 나아가 현재 그와 힘을 합치는 많은 이들의 믿음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나아가 지면에 다 옮기지는 못했지만 스타트업 투자유치 및 발전에 있어 유 대표가 구축한 포트폴리오, 그리고 플랫폼의 비즈니스적 가치는 상당히 강렬한 울림을 남긴다.

그의 꿈은 성공할 수 있을까? “상장사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몸값과 스타트업의 생각이 너무 달라 큰일이다”, “스타트업 투자유치가 지인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진행되는 것은 문제다”라며 걱정하는 모습과, “추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묶어 O4O 모델을 구축해 매출이 이익으로 연결되는 진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하는 유 대표의 시선. 그 끝을 따라가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