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되고 난 후부터는 상점에 직접 가서 물건을 사기보다는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는 것이 훨씬 편리해졌다. 한때는 식료품이나 의류와 같이 직접 만져보고 입어봐야만 하는 제품들은 인터넷에서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요즘 인터넷 쇼핑의 추세로는 전혀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레시 서비스를 통해서 바나나, 자두, 오이, 양상추 등의 과일과 야채는 물론이고 티본 스테이크 등 육류까지 신선하게 문 앞으로 배달해준다. 매주 월요일이나 화요일이 되면 주말에 사람들이 몰아서 주문한 상품들의 박스가 산더미처럼 아파트 입구에 쌓인다.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의 쇼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바쁜 도시의 직장인들은 슈퍼마켓, 백화점, 쇼핑몰을 전전하는 대신에 집 안에서 편안하게 쉬면서 마우스 클릭으로 쇼핑을 마친다.

그런데 미국과 한국의 온라인 쇼핑은 결제 단계에서 차이가 난다. 미국의 결제는 페이팔이나 신용카드를 선택할 수 있다.

페이팔을 선택하면 미리 만들어놓은 페이팔 계좌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끝이고, 신용카드를 이용한다면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CVC번호(신용카드 뒷면의 3자리 번호)만 있으면 충분하다.

결제 시간을 단축하고 싶다면 아예 해당 사이트에 신용카드 정보를 미리 입력해서 저장해놓으면 결제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미 주문은 완료되고 배송준비가 됐다는 확인 메일이 전달된다.

반면 한국 쇼핑몰에서의 결제는 훨씬 복잡하다. 우선 액티브X 파일을 다운로드해야 하고 공인인증서가 있어야만 결제가 가능하다. 공인인증서가 없으면 휴대폰으로 인증을 받아도 된다.

언뜻 2중, 3중의 방어막으로 인해 안전할 것이라 여겨지지만 실상은 그다지 안전하지도 않고 소비자들만 불편하게 만드는 장치들이라고 한다.

특히 해외에서 한국 쇼핑몰에 접속하게 되면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닌 웹브라우저의 경우에는 액티브X가 깔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공인인증서는 미리 한국의 은행에서 받아놓지 않았다면 사용할 수가 없고 휴대폰 인증은 해외에 있으니 당연히 이용할 수가 없다.

다행히도 정부에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하고 온라인 결제를 간소화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대체 인증수단이 쏟아져 나와 여전히 2중의 결제 절차를 거치게 된다.

미국에서 새로 발급받은 신용카드를 이용한 지 불과 보름 남짓, 인터넷 쇼핑몰에서 결제를 하려니 신용카드 사용이 은행에 의해 정지됐다는 메시지가 뜨면서 결제가 되지 않았다.

오류인가 싶어서 재시도를 했지만 되지 않아 은행에 전화를 걸어보니 필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카드정보를 이용해서 결제 시도를 한 기록이 있어서 카드 자체를 정지시켰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현재 갖고 있는 신용카드의 번호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으니 새로 카드를 발급해줄 것이고 현재 가진 카드는 바로 폐기하라고 안내까지 해준다. 혹시나 불법으로 사용된 기록이 있으면 은행으로 연락하면 바로 처리해주겠다고 친절히 덧붙이기까지 했다.

미국의 결제 방식은 간편한 대신 노출의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문제가 생길 경우 금융기관이 이를 책임지도록 한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훨씬 편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신용카드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슈퍼마켓 체인 타겟에서는 사상 최대인 1억1000건의 신용카드 정보 유출이 있었다.

타겟은 이 사건으로 약 36억달러, 한국 돈으로 3조원이 넘는 금액의 과징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정보 유출된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도 이어지면 추가적으로 이를 부담해야 한다.

반면 한국은 2중, 3중의 인증절차에도 여전히 신용카드를 비롯해서 최근에는 인터파크에서 정보가 유출됐지만 그간 이로 인한 과징금과 과태료는 각 기업별로 1억원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다 보니 개인정보는 ‘공공재’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온다.

한국의 기업들이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개인정보보호와 보안의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모습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