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눈에는 생기가 넘쳤다.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중국 정식 통관 업체로 등록된 역직구 쇼핑몰 ‘판다코리아닷컴’ 이종식 대표(40)다.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콘텐츠’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콘텐츠 하나면 유명 연예인 부럽지 않다

“중국은 지금 크리에이터나 전문가의 영향력이 훨씬 큽니다. 일명 왕홍(网红)이라고 하죠.” 왕홍은 웨이보·웨이신·텐센트 등을 통해 활동하면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수만 팔로워를 이끄는 ‘인터넷 스타’를 말한다. “왕홍은 일반인부터 전문가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요. 이제 연예인이 제품을 홍보한다고 잘 팔리는 시대는 갔다고 봐야죠.”

중국의 소비자들은 광고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통해 제품을 산다. 이 대표는 SNS 기반의 ‘커뮤니티(Community)’와 모바일 전자상거래 기반 ‘커머스(Commerce)’가 결합된 새로운 유통 플랫폼 C-커머스를 준비하고 있다. 콘텐츠 생산을 위해 크리에이터 200여명과 협약도 맺었다. 대부분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이고 중국 크리에이터도 있다. 어떤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이다.

“샤오홍슈(小红书)가 큰 홍보비를 들이지 않고도 500억 이상 매출을 낸 건 콘텐츠 때문이에요.” 샤오홍슈는 소셜네트워크(SNS)를 표방한 쇼핑몰이다. “온라인 쇼핑몰은 구매전환율이 중요한데 아마존처럼 큰 플랫폼도 1.5% 정도예요. 샤오홍슈 구매전환율은 8~9%에요. 고객 충성도도 높죠. 사람들의 솔직한 후기와 샤오홍슈만의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에요.”

이 대표는 이제 전시형 플랫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에는 쇼핑몰들이 투자금을 받아서 매출액을 늘리는 방식으로 전시형 플랫폼을 운영했어요. 중국에서 90%를 장악하고 있는 티몰·징둥·타오바오 등은 전시형 플랫폼 형태로 가도 될지 모르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이제 전시형 플랫폼으로는 성공할 수 없어요. 중국도 투자절벽이 왔거든요. 샤오홍슈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도 콘텐츠와 스토리를 가져야 해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역직구 플랫폼이 수백 개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대표는 판다코리아닷컴처럼 역직구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 국내 유일 기업으로 중국 역직구 시장을 잡고 있는데 경쟁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장이 더 커져야 해요. 그래야 중소기업 판로가 더 열리죠.” 이 대표의 설명이다. 판다코리아닷컴에서 판매하는 한국 제품은 약 40만개에 이른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이 중소기업 제품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판다코리아닷컴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해외 판로를 열어주는 것이다. 사훈이 “판다코리아닷컴의 성공은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성공이자 해외구매자들의 기쁨”인 이유다.

“국내에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많은데 이전과 달리 중소기업들이 일반무역에 참여할 기회가 적어졌어요. 전자상거래가 모든 상거래의 근간이 되면서 온라인 무역거래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죠. 온라인 무역은 일반 무역보다 훨씬 어려워요. 이제는 무역 중개 역할을 온라인 플랫폼이 해야 해요.” 단순히 플랫폼만 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요행을 바라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모바일과 온라인 구매가 많은 중국에서 제품을 판매하려는 기업들이 플랫폼만 열어놓고 단기에 이익을 내려고 하는 것이 아쉽다.

“중국 정부에 정식 통관을 신청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어요. 중국에서 누가 정직하게 세금 다 내고 장사를 하냐는 거예요. 그런데 따이공(보따리상)이나 회색경로를 통한 사업은 이제 통하지 않아요.” 중국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중국 해외 직구족은 20~30대 커리어 우먼이 많아요. 이들은 싸다고 제품을 사지 않아요. 정품을 얼마나 믿고 살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따지죠.” 중국 내 플랫폼인 티몰·징둥에서 짝퉁이 60%가 넘는다는 것에 대해 중국 소비자들도 불안해한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격변기에요. 정부 정책을 따라가지 않고는 사업하기 어려워요. 오래 가려면 정직하고 단단하게 가야 해요.”

이 대표는 역직구 플랫폼이 많이 생겨서 중소기업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이롭길 바란다. “직구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경험이 중요해요.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을 파는 사이트를 여러 번 경험하다 보면, 티몰·징둥과 같은 플랫폼이 아니라도 해외 플랫폼에서 망설임 없이 물건을 구매하게 될 거에요. 지금은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가 더 많이 팔려요. 그런데 인지도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확 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알게 모르게 스며드는 방법도 있거든요. 중국 해외 직구 시장이 100조라는데, 그중 10조만 한국 제품이 차지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중국인들이 할 수 없는 것과 엑시트(Exit)

이 대표는 판다코리아닷컴뿐만 아니라 유아동 용품 쇼핑몰 ‘몽키즈’, 성형뷰티 마케팅 채널 ‘메이퀸’, 판다소프트, 판다코스메틱 등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힌 것은 중국인들이 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중국인들은 이제 한국 기업에 관심 가지지 않아요. 게임·IT 이런 부분들은 이제 중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하거든요. 그들이 지금 관심을 가지는 건 그들이 할 수 없는 분야예요. 그곳에만 투자를 하죠.”

콘텐츠·엔터, 의료·성형, 화장품·뷰티. 이 대표가 꼽은 중국인들이 할 수 없는 분야다. “아직 중국 사람들은 콘텐츠 생산을 어려워해요. <태양의후예>같은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이유예요. 최근 만나는 중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건 성형외과 인수에요. 자국 의료를 100% 신뢰하지 못해서 돈 있는 사람들은 일본 의사가 있는 병원을 가거든요. 화장품·뷰티는 여전히 관심이 많고요.” 이 대표가 판다코리아닷컴을 C-커머스 플랫폼으로 바꾸고 성형뷰티 채널인 메이퀸을 운영하고 YGP라는 화장품 브랜드 사업을 하는 이유다.

또 중국 투자자들은 인수합병(M&A)이나 엑시트 계획이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1세대 벤처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구분 짓는 건 ‘M&A와 엑시트에 대한 계획이 있는가’예요.” 판다코리아닷컴도 M&A 제안을 많이 받는다. “중국 회사가 우리를 인수한다면 플랫폼 운영 수익은 중국이 가져가겠지만 중요한 건 지금 저희가 하는 것보다 더 많은 한국 제품이 팔릴 거라는 거예요. 판로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 거죠. 일종의 딜레마라고 할까요. 한국 기업이 우리와 함께한다면 더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중국 투자자들의 제안이 많은 것이 사실이에요.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 제품을 더 많이 알리고 판매하고 싶어요.” 이 대표는 한국 제품을 가장 많이 파는 ‘온라인 오퍼(Offer)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