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CT 업계를 대표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 흥미로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네이버는 김상헌 대표까지 등장해 ‘프로젝트 꽃’을 발표하며 소상공인 및 창작자의 사업을 돕겠다고 나섰으며 카카오는 트레블라인 확대적용 및 카카오버스 등 교통 O2O의 방향성을 착실하게 잡아가며 새로운 방법론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행보는 플랫폼 사업자를 자임한다는 정체성만 동일할 뿐, 그 방식에 있어서는 약간의 온도차가 느껴진다. 실제로 네이버의 경우 소상공인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자임해도 프로젝트 블루를 비롯한 다양한 현재 및 미래의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으나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O2O 플랫폼 자체에 명운을 거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성장과 발전, 그에 따른 필연적인 그림자도 진하게 드리워진다.

▲ 출처=네이버

플랫폼, 그리고 플랫폼

네이버는 지난 25일 ‘스몰 비즈니스와 콘텐츠 창작자를 위한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을 열어 초연결 시대를 맞아 강력한 인터넷 플랫폼인 네이버를 공익을 위해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헌 대표가 거시적 관점에서 “우울한 한국경제 전망”까지 논하며 공익적 요소의 플랫폼 존재감을 보여주겠다고 거듭 공언하는 수준이었다.

생태계 객체에 대한 포괄적인 지원이 포인트다. 즉 소상공인 및 콘텐츠 제작자를 확실하게 지원해 네이버라는 막강한 플랫폼으로 지원하겠다는 전략이 핵심이다. 창업지원의 경우 교육 및 툴 제공, 노출 기회 확대를 바탕으로 스토어팜 및 페이, 톡톡, 예약 등을 활용해 전사적으로 돕는다고 밝혔다.

또 창작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도 병행된다. 창작의 영역을 확대하게 만들고 창작자를 발굴하는 한편, 수익구조의 다양화와 글로벌 진출 지원에 나선다. 웹툰 및 블로그, 쇼핑윈도를 디자이너윈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구해 말 그대로 생태계 외연확장에 나선다는 뜻이다. 프로젝트 꽃이다.

의도하는 것은 명쾌하다. 네이버는 공익을 내세우며 거대 ICT 공룡에 집중되는 비판을 무마시키는 한편, 다양한 콘텐츠 객체들을 모아 총체적 플랫폼 사업전략을 노리고 있다. 소위 대단위 플랫폼 전략이다. 1인 미디어의 등장 등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콘텐츠 제작 객체 및 소상공인을 모아 편리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방대한 빅데이터 및 큐레이션 작업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기업의 퍼주기’라는 패러다임도 가능하지만 수수료 모델을 포함해 ‘언제든 수익화에 나설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이 동시에 부상하는 배경이다.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린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계획대로 추진만 되면 부정적일 이유가 없다. 하지만 업계 전반으로 보면 불안요소가 다소 감지되는 것이 사실이다. 네이버라는 매력적인 플랫폼 생태계에 중독되면 의존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으며, 다양성이 상실된 천편일률적 산업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출처=네이버

이 지점에서 카카오의 전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와 달리 플랫폼, 특히 O2O 플랫폼에 집중하는 카카오는 최근 기술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카카오택시 및 카카오택시 블랙을 통해 교통 O2O 전반을 휘어잡는 상황에서 카카오드라이버(카대리)라는 대리운전시장도 넘보고 있다.

최근에는 여행 O2O인 트래블라인의 기능을 확장하기도 했다. 당초 제주에만 국한된 서비스였지만 지역도 넓히고 다양한 서비스를 탑재해 눈길을 끈다. 지역을 선택하면 맛집, 관광명소, 숙소 등 현지의 각종 정보가 분야별 인기 순위와 함께 자동으로 노출되는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26일에는 카카오버스도 등장했다. 지난 2월 카카오내비, 3월 카카오플레이스에 이어 기존 운영되던 서울버스의 확장판인 셈이다. 전국 주요 도시 버스의 실시간 운행 정보와 노선, 정류장 위치 등을 제공하며 버스 승하차 알림이 추가됐다. 버스 노선의 실시간 교통정보와 함께 도착 예상 시간도 확인할 수 있으며 좌석 정보 확인 및 관련 내용 공유도 지원되고 어플리케이션 화면 상단의 추천 카드기능을 통해 별도의 검색 없이 실시간 위치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연내에 카카오지하철, 카카오맵 등 이용자들의 이동을 돕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뷰티 및 다양한 O2O 점령도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카카오헤어샵 및 맛집공유 카카오플레이스, 홈 서비스인 카카오 청소대행 및 카카오 청구서와 카카오 간편송금까지 전방위적으로 계획되거나, 혹은 추진되고 있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삼아 성장을 거듭하는 일종의 O2O 플랫폼 전략이며, 네이버의 전략보다 더욱 전사적으로 추진되는 분위기다.

▲ 출처=카카오

 카카오의 문제, ‘충돌’

카카오는 트래블라인을 확장해 교통 O2O와 연결하고,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로 확보한 콘텐츠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소위 ‘카카오톡 포털 사이트’를 추진하고 있다. 로엔의 콘텐츠는 국내용으로 머물러 있는 카카오톡의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게 만들 수 있는 촉매제로도 작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꽃놀이패다.

하지만 그 그림자는 네이버의 리스크와는 차원이 다르다. 먼저 전사적으로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구성하다 보니 소위 골목상권 논란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프로젝트 꽃’으로 포장한 네이버도 플랫폼 사업자와 충돌할 수밖에 없지만, 카카오의 방향성은 더욱 격렬해질 전망이다. 말 그대로 실생활과 관련이 깊은 오프라인을 더 적극적으로 품어내기 때문이다.

단적인 사례가 카카오드라이버 과정의 파열음이다. 모바일 기반의 플랫폼 사업자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O2O를 더 적극적으로 내세우기에, 말 그대로 생활밀착형 오프라인 진영과 강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다. 물론 카카오는 여기에서 충돌대상인 객체를 정교하게 분리해(대리운전업계와 대리운전기사로 나눠 후자와 협력) 한 쪽의 편의성을 보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여론전의 우위에 섰지만, 이러한 충돌 자체는 앞으로도 연쇄적인 파국을 일으킬 전망이다.

다만 이러한 충돌이 지엽적이라면,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O2O 플랫폼 전반에서의 충돌은 업계 생태계 측면에서 상당한 리스크로 꼽힌다. 이러한 ‘불편한 기운’은 실제로 감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스타트업 네트워킹 현장에서 정주환 카카오 CTO가 등장하자 한 스타트업 대표가 크게 항의한 적이 있다”며 “카카오가 협력을 제안해 해당 스타트업이 응했지만 이후 진척사항이 없었다고 한다. 카카오가 기술과 노하우만 챙기고 있다는 사실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O2O 전략을 추진하는 한편, 현존하는 모든 온라인 및 오프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카카오 생태계는 확장과 시너지를 거듭하며 팽창하기 시작했고 일각에서는 소위 갑질행위를 문제삼고 있다. 물론 카카오가 이러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 출처=카카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공익을 따질 필요는 없다. 그런 이유로 플랫폼 사업자의 측면에서 자사 생태계 확충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없다. 이 지점에서 네이버는 프로젝트 꽃을 통해 생태계 객체의 지원까지 천명하고 나섰다.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카카오의 경우 O2O를 기치로 걸고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 파급력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강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목에서 다양한 파열음이 감지되는 것 자체도 그리 긍정적인 시그널이 아니다. 아직 O2O의 절대적 승자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카카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