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쿠팡

쿠팡의 실적이 발표됐다. 예상대로 매출액은 큰 폭의 성장을 이뤘지만 질적 성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분명한 것은 현재 쿠팡의 사업 모델이 순조롭게 진행되긴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러한 쿠팡의 내막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여부다. 그는 도대체 왜 쿠팡의 ‘매출액’을 극찬했던 것일까. 냉혈한 투자자의 진면목이 드러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 쿠팡 실적 변화(단위: 억원)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지난 14일 이커머스기업 쿠팡이 작년 실적을 발표했다. 쿠팡의 2015년도 매출액은 1조1338억원으로 직전년도대비 3.3배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5470억, 5261억원을 기록해 적자규모 또한 전년대비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적자규모의 89%가 물류와 로켓배송 등을 위한 ‘선제적’ 투자비용에 기인한 것이라며 유동성 위기설에 대해서도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 152%’라며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또 부채비율 비교군으로 현대차(147%), 롯데쇼핑(138%), GS리테일(120%), 인터파크(175%) 등의 기업을 언급했다.

쿠팡의 실수 ‘부채비율’의 언급

일반적으로 재무제표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자본변동표 등으로 나뉜다. 따라서 쿠팡이 언급한 부채비율 등의 재무비율은 재무제표에 포함되지 않는다. 재무비율은 투자자가 기업의 안정성, 수익성, 성장성 등을 가늠하기 위해 재무제표의 여러 항목을 각각 조합해 만들어진 재무분석 툴 중의 하나다.

따라서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표되는 기업의 재무제표는 재무항목의 변경을 통해 조작될 가능성도 존재하나 재무비율까지 고려한 눈속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재무비율을 논할 때, 절대적 수치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재무비율이 얼마나 꾸준히 유지되는지 여부다. 예를 들면 한국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매년 300%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유틸리티 기업의 경우, 산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이 기업들을 위험하다고 표현하진 않는다. 특정 재무비율이 꾸준히 유지되는 기업의 경우는 오히려 안정된 기업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재무관리 체계가 잡혀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연봉이 높은 사람이 흥청망청 쓰고 돈 관리를 하지 않는 것보다 연봉이 낮은 사람이 수익 중 지출을 일정비율로 한정하고 꾸준히 저축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채비율 150%’를 언급하며 유동성 위기설을 일축하는 쿠팡의 태도가 오히려 시장의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어설픈 반박은 부채비율 비교 대상군으로 언급한 4개 기업들의 업종이 전부 다르다는 것이다. 사업구조가 다른 만큼 마진규모 역시 다를 뿐만 아니라 상장사라는 측면에서 자금조달 방법 및 시기 또한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동일 선상에 놓고 쿠팡과 부채비율을 비교할 수 없다. 그나마 인터파크 정도만 언급했다면 나았을 일이다.

손정의의 힘, 유동비율의 개선 그러나 ‘이상한’ 매출총이익

쿠팡이 언급한 부채비율과 함께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대표적인 안정성비율이다. 부채비율 152%와 유동비율 156%는 쿠팡 측 주장대로 양호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지난해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미지급금이 불과 826억원 증가했다는 것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현금흐름을 이미 선제적으로 차단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2015년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전년대비 대폭 전자전환(-3303억원)한 것이다. 참고로 2014년도 미지급금은 1309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2015년도 전체 미지급금은 3180억원으로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렇게 안정된 비율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했냐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은 쿠팡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유치한 10억달러(약 1조원)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 쿠팡 유동자산 및 유동부채 증가율(2014~2015, 단위: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 재인용]

쿠팡의 2014년 유동자산은 2564억원에서 2015년 8676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유동부채는 2768억원에서 5544억원으로 증가해 상대적으로 유동자산이 빠르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유동자산 항목 중 매출 증가에 따른 재고자산 항목을 제외하고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항목이 현금 및 현금성자산(6566억원) 항목이다. 적자를 본 기업이 현금성은 자산은 어디서 났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이해하기 쉽다.

부채비율도 마찬가지다 쿠팡의 2014년 부채총계는 3191억원에서 2015년 6428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는 237억원에서 4244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는데 적자에 따른 6467억원의 결손금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발행 초과금이 1조1124억원 증가하면서 개선된 것이다. 식상한 얘기겠지만 명확히 ‘손정의 효과’가 나타났다.

▲ 쿠팡 매출액 구성 변화(단위: 억원)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시장의 관심은 쿠팡의 역사가 지속될 수 있느냐 아니면 마감하느냐에 쏠려있다. 쿠팡의 매출액 구성을 보면 큰 변화가 있다. 2014년 매출액은 3485억원으로 이중 상품매출액이 1949억원, 수수료 및 기타매출액 1536억원인데 2015년 매출액은 1조1338억원으로 이중 상품매출액이 9904억원, 수수료 및 기타매출액이 1434억원을 기록해 상품매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단순 수수료를 수취하는 매출구성에서 직매입을 통한 매출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분석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A라는 기업이 한 제품을 1만원에 10%의 수수료를 수취했다면 이는 1000원의 매출로 계상된다. 그러나 A기업이 한 제품을 1만원에 직매입해 10% 이익을 남겼다면 매출액이 10000원으로 계상된다.

▲ 쿠팡 매출액총이익률 변화 (단위: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 재인용]

쿠팡의 2014년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은 1593억원에서 2015년 1447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쉽게 말해, 매출 계상의 기준이 바뀌어 매출액이 폭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 매출이 확대됐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쿠팡이 성장을 했다는 명확한 근거를 댈 수 없는 이유다.

한편, 쿠팡은 지난해 쿠폰행사를 통해 고객을 확보한 바 있다. 보수적 기준에서 재무분석을 할 때, 이러한 행사로 인한 매출 발생 우려시 분석과정에서 쿠폰지급액을 매출액에서 차감한다. 그렇다면 쿠팡의 실제 매출액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지난해 위메프를 둘러싼 매출 조작 의혹으로 인해 이를 조작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쿠폰지급액을 매출액에서 차감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시 돌아보는 손정의 ‘매출액’ 발언과 ‘매출 조작’ 이슈

여기서 지난 2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의 실적에 대해 극찬한 것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당시 손 회장은 쿠팡의 리테일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430% 증가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여기서 말하는 리테일 매출이란 앞서 언급한 상품매출액을 말한다.

이는 둘 중 하나다. 손 회장이 유통분야에 대한 회계지식이 없거나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음을 말이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후자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손 회장의 의도는 무엇일까.

손 회장은 전략적투자자(SI)에 가깝다. 투자자는 크게 전략적투자자와 재무적투자자(FI)로 나뉘는데 쉽게 구분하면 SI는 투자와 동시에 경영에 참여하는 자를 말하고 FI는 경영을 배제하고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뜻한다. 손 회장은 이미 중국의 알리바바와 인도의 스냅딜 투자를 통해 아시아 이커머스 블록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보면 손 회장은 쿠팡을 위한 천사(엔젤투자자)가 아니라 ‘소프트뱅크 제국’을 움직이는 주체로써 쿠팡에게 접근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쿠팡의 ‘매출액’으로 돌아가보자. 손 회장이 극찬한 쿠팡의 ‘매출액’과 최근 위메프와 티몬이 ‘매출액’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상황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은행은 대출 후 기업의 매출을 가장 많이 확인한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은 회계상 확인 시기가 늦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출이 줄어들 경우 은행은 상환압박을 가하기 시작한다. 기업이 상환압박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매출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현재 쿠팡의 부채총계 중 비유동부채는 884억원, 유동부채는 5545억원으로 유동부채의 규모가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단기 상환자금이 많다는 것이다. 유동부채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항목은 매입부채와 미지급금으로 이는 각각 1970억원, 3180억원이다. 이 두 계정의 특징을 말하자면 한 마디로 쿠팡의 ‘외상값’이라 할 수 있다. 이 ‘외상값’은 쿠팡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6566억원도 압박하는 규모다.

따라서 쿠팡이 재무적으로 압박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적어도 올해 안에 추가적 대출이나 투자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폭발적 매출 성장과 이미 확보한 대규모 유형자산 덕택에 대출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생명을 조금 연장하는 수준일 뿐이다.

문제는 손 회장이다. 손 회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이 쿠팡의 미래를 쉽게 점치기 어려운 이유다. 손 회장이 SI라는 것을 감안하면 쿠팡은 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여기서 ‘망하지 않는다’라는 개념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

쿠팡 ‘자체’는 존재하겠지만 손 회장의 지배력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는 것이며 혹은 주체가 바뀔 수도 있음을 말한다. 또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이 과거 버크셔해서웨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버크셔해서웨이의 역할이 달라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쿠팡의 사업구조 자체도 변할 수 있다. 즉, 지금의 수익모델은 쿠팡을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를 투자의 귀재라며 칭송하지만 그는 자선사업가가 아닌 자본시장의 냉정한 투자자 중 하나임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