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가성비부터, 그것이 설령 다홍치마라 할지라도"

가성비는 지난 한 해 그리고 올해 초 소비 트렌드를 아우르는 키워드였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꼼꼼하게 따져가며 소비하는 경향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렌드코리아 2016>의 저자인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저성장·경기침체의 국면이 장기화됨에 따라 소득 대비 소비 비중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소비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전의 소비생활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방안을 찾게 됐다. 그래서 찾게 된 대안이 바로 가성비다”라고 말했다.

조금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가성비 소비 트렌드의 직접적인 원인은 자발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경기 침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얼마나 어려웠던 것일까.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2015년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을 통해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3%대 이하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지난 2012년 이후 최저치다. 경제성장률은 지난 2012년 2.3%로 2%대를 찍은 뒤 2013년 2.9%, 2014년 3.3%로 미약하게나마 상승세를 보이는 듯하다가 지난해 다시 꺾였다.

지난해 상반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여파로 위축됐던 민간 소비와 건설 투자가 3분기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상승했지만 수출 부진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해 상승분을 ‘깔끔’하게 상쇄했다.

이러한 요인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도 얼어붙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동향지수(특정 기간의 소비심리 지수를 기준값 100으로 설정, 지수가 100보다 크면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는 2014년 8월 107에서 2015년 8월 99까지 하락했으며, 2016년 1월에는 정확히 100을 기록했다. 소비가 줄어듦에 따라 물가 상승률도 감소했다. 2015년 연간 물가상승률은 0.7%를 기록하며 1965년 물가상승률 통계 기록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즉 2015년의 우리나라의 경제는 최근 3년 중 최악이었다. 

현재의 상황을 경제학에서 말하는 경기순환주기로 해석하면 소비·투자 감소, 재고 증가, 물가 하락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후퇴기~불경기의 사이쯤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가 주기로써 순환한다면 언젠가는 회복기를 거쳐 호황기로 가야 할 텐데, 우리나라 경제의 추락은 왜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어쩌면 여러분이 지금 이 글을 읽는 이 순간에도 경제는 계속 후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성비 소비 트렌드는 이러한 경제학적 배경에서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일반화된 개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