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재성 기자

#장면 하나.
아직 겨울의 한기가 여전했던 2015년 2월 4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 앞은 몰려든 택시 조합원 120명으로 북새통이었다. 이들은 “우버, 지겹지도 않냐? 한국은 틀렸다. 더 이상 용쓰지 말고 한국을 떠나라"와 "불법유상 운송행위 일삼는 우버는 영업을 즉각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연신 구호를 외쳐댔다. 그날은 우버의  정책‧전략담당 수석 부사장인 데이비드 플루프가 기자회견을 열던 때였다.

#장면 둘.
판교 카카오 사옥 앞. 카카오 드라이버에 반대하는 대리운전 업체 관계자들이 몰려와 연일 카카오를 성토한다. 스치듯 지나가는 타 사 직원들이 "생각날만 하면 오네"라고 중얼거린다.

#장면 셋.
올해 초 국회 의원회관, 김성태 국회의원과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한국교통연구원이 주관한 자동차 온라인 거래제도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 중고차 딜러들이 난입했다. 이들은 "창조경제가 젊은 애들 몇 명 취업시키고 관련 사업자들 다 죽이는 거냐?"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세미나 이후 열릴 계획이었던 토론회는 결국 무산됐다.

▲ 최진홍 기자

패러다임의 충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O2O를 바탕으로 삼은 온디맨드 업체의 등장으로, 신구산업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콜버스에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콜버스를 서비스하는 콜버스랩이 1일 입장자료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콜버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부르면 승객에게서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버스가 오고 최종 목적지에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 내려주는 수요응답형 O2O 교통 서비스를 표방한다. 온디맨드 업체다. 쉽게 말하자면 시민들이 전세버스를 공동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개 서비스인 셈이다.

콜버스는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승객들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버스가 경로를 바꿔가며 태우기 때문에,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경로를 계산하는 알고리즘은 구글맵을 바탕으로 콜버스가 보유한 기술로 해결하며 대중교통이 끊기는 심야시간, 그리고 버스라는 키워드가 핵심이다. 카풀이 버스를 만나 진화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 콜버스는 위기에 직면했다. 심야시간 버스를 통해 운영되는 콜버스 서비스가 불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이 심해지자 국토교통부가 나섰고,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아 보겠다"는 양측의 의견조율도 이뤄졌다.

그러나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을 비롯한 4개 단체는 지난달 2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토부의 '온건모드'에 강하게 반발했다. 전세버스를 운송수단으로 하는 콜버스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영업하는 것이며, 위법행위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객운송질서의 확립을 위해 콜버스의 운영을 즉각 금지하고, 관련 법령의 보완을 통해 유사 불법여객운송행위를 사전에 방지할 것을 국토부에 촉구했다. 더 나아가 1일 조선일보 1면에 콜버스 반대 광고까지 실었다.

콜버스도 사태진화에 나섰다. 1일 오후 입장자료를 통해 조선일보 광고는 '악의적'이라며 "콜버스가 불법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콜버스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테크앤로 두곳으로부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업이며,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도 콜버스가 합법이라는 것을 연합뉴스TV 인터뷰를 통해 인정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결보다는 타협을 타진했다. 콜버스는 "콜버스는 택시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다"며 "야간시간대 서울시는 택시 수요 대비 공급이 1만대 이상 부족해 승차거부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며 콜버스는 부족한 택시 공급을 메워주는 보완재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 "콜버스와 택시업계가 힘을 합친다면 적은 차량으로도 많은 승객을 운송해 야간시간대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콜버스의 입장문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택시기사들의 공격 포인트인 '불법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한편, 택시기사들이 공익을 위해 자신들의 서비스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법적인 문제를 내세워), 자신들의 밥그릇을 뺏어갈까봐 반대하고 있다는 상황판단이 묘하게 배어있다. 야간시간대 승차거부는 택시업계 입장에서 치부이며,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고 나섰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의 치부를 우리가 보완하겠다. 택시업계도 당연히 바라지 않는가?'라는 문제의식이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택시업계의 대답이 궁금하다.

▲ 출처=콜버스랩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문제
물론 택시업계가 공익을 이유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가정해도, 불법운송이 말 그대로 불법이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가정해도(승차거부가 여전하다고 해도) 이러한 반발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산업과 산업의 충돌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기회비용을 정교하게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얻을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최고의 가치라고 하지만 공급자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버와 카카오 드라이버, 헤이딜러 등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누구도 탓할 문제는 아니지만 최고의 가치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어차피 정부는 창조경제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신구산업의 적절한 타협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태다. 우버의 경우 외국계 기업이라는 핸디캡이 작동했지만, 국내 온디맨드 산업의 방향성은 결국 성장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도 이해되어야 한다.

택시업체가 콜버스를 두고 불법이라는 지적을 하기 전, 차라리 상생을 위한 모델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배경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카카오택시와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기억만 가지고는 대중을 납득시키기 어렵고, 승차거부와 같은 악습이 이어지는 한 정부의 운신도 한계가 있다. 헤이딜러와 콜버스 등도 마찬가지다. 무작정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 자신들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접고(다행히 이런 분위기는 아니다)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면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 '너희들의 아픈 부분을 우리가 보완해주니 좋지 않은가'라는 방식은 적절하지 못하다.

결국 정부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피곤하겠지만' 디테일한 상생 모델을 스타트업이 보여줘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하지 못하는 것이 더 문제지만, 지금은 사정이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