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은행들 CNBC 보도 화면 캡쳐.

글로벌 기업 은행들의 감원 신드롬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이후 대규모의 경기부양이 잇따르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는 저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장기 하락으로 디폴트 상태에 빠져들면서 '침체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관련기업의 구조조정은 이미 새로울 것도 없는 팩트가 됐다. 원자재 관련기업들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소비 관련 제조업체들의 인력 구조조정도 본격화 되고 있다. 기업의 부실화는 곧바로 투자은행들의 덜미를 잡았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감원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인력구조조정 바람은 소비시장의 침체를 불러올수도 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인력 구조조정이 선진국과 이머징 마켓을 구분하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또 다른 금융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비관적 분석도 서서히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최근 전체 직원의 17%인 1만 50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스위스 2위 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도 5600명의 감원 계획을 밝혔다.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이 계속 늘고있는 것이다. 은행을 비롯해 경기둔화에 민감한 원자재와 IT 유통 금융 등 다양한 업종에서도 감원 바람이 거세다. 하지만 이 상황들을 막을 대책도 전망도 없다는 어두운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5일(현지시각) 삭소방크프랑스의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토퍼 뎀빅은 영국 인터넷매체에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는 지난 위기의 탈출구가 아니라 새로운 금융재앙의 입구"라고 말했다. "경제시스템 책임을 회피한 각국의 금융당국은 다가올 위기에 대처할 수단이 없는 절망스런 입장에 놓였다"며 경고성 주장을했다.

이어서 “지난 20년간 탈규제와 경제의 금융화, 무역의 국제화, 혁신의 가속 때문에 경기순환주기가 짧아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25년간 미국 경제가 3번(1991, 2001, 2009년)의 불황을 겪은 것이 대표적이다.

CNBC는 리서치 업체인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G&C)'를 통해 미국 기업들이 3분기에 20만 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컸던 2009년 이후 최대의 피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정부와 민간의 부채는 총 57조달러(6경4894조원)가 폭증했다. 세계 GDP와 맞먹는 규모다.

이와관련해 CNBC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는 제목으로 부도가 날 경우 세계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의가 필요한 은행을 조사해 순위를 발표했다. 최대 위험 은행으로 JP모건이 일순위에 올랐다. 그 다음으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쓰파고가 그 다음 은행으로 지목됐다.

▲ 2015 CNBC의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은행 순위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29일 ‘2020 전략’이라는 방안을 내놓고 앞으로 2년간 독일 지역 정규직 9000여 명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3만5000명을 감원하기로 밝혔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이 지난 3일 전체 직원의 17%인 1만5000명을 줄이겠다고 밝힌 이유는 신흥시장에서 부실대출 규모가 늘어나면서 은행의 순익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미즈호증권의 짐 앤토스 애널리스트는 “구조조정에 나선 어떤 은행도 글로벌 경기가 때맞춰 개선되지 않는다면 실적을 개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연준)가 경기 회복을 이유로 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실적 부진에 따른 고용 시장 악화로 연내 금리 인상이 불투명 하다는 전망도 지속되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자원 관련 기업들의 감원 바람도 거세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3분기 순익이 전년 보다 64% 감소한 셰브론은 7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발표했다. 로열더치쉘은 지난 7월 65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지만, 실적이 더 나빠지자 최근 감원 규모를 7500명으로 확대했다.

휴렛팩커드(HP)의 경우는  3만 명 감원 계획을 밝힌 것을 포함해 지난 9월에만 미국 기업들이 총  5만 8877명을 구조조정 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월 대비 43% 늘어난 수준이다. 3분기 전체로는 미국 기업들의 감원 규모가 6년 만에 가장 많은 20만 5700여 명 수준에 달했다.

일본의 IT기업인 소프트뱅크는 지난 5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미국 자회사 스프린트 직원 수 천 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억 달러(약 2조 2670억원)의 비용 절감은 최소한의 목표다”며 인력 감축과 함께 더 높은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스트린트 직원은 3월 말 기준 3만 1000여 명이다. 3분기 손실은 5억 8500만 달러에 달했다.

미국의 식품회사인 크래프트하인즈는 각 주에있는 자사의 7개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4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26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 글로벌 기업의 감원 바람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관계자들은 "내년에도 기업 환경은 올해보다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급상승하고 있어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있다. 위안화는 일본 엔화를 제치고 세계 4위의 국제통화로 자리잡았다. 2016년엔 영국의 파운드마저 제칠 기세다.

하지만 뎀빅은 "아직까지는 위안화가 달러의 지배력을 감당하긴 어렵다고 본다" "중국 역시 2016년 상반기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조 5600억 달러로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중국 금융당국이 10억위안(1787억원)의 채권을 매입할 것이라는 기대에 있다.

경제위기가 가시화하면서 연준이 마이너스금리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절박한 선택이라는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뎀빅은 "마이너스 금리는 필시 금융왜곡을 불러일으킬 것이 뻔하지만, 미국으로선 어쩔 수 없는 상황" "미국이 마이너스금리를 선언하는 순간 전 세계는 '통화완화정책으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음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금융정보 매체 톰슨로이터가 최근 미국 기업 실적 보고서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전달에 글로벌 경기 둔화를 이유로 실적 전망을 비관적으로 본 기업이 165개로 나타났다. 1년 전인 지난해 10월에 108개였던 것에 배해 52.7% 늘어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