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자신들을 세상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이라고 정의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세상을 향해 꿈을 펼치는 스타트업의 기조와 비전을 여전히 계승하고 있다는 자부심이리라. 그리고 단언하자면,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애플은 스마트폰으로 스마트 생태계의 시작과 끝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한편, 이제는 애플페이로 결제의 혁명을 끌어내고 있으며 애플워치로 아예 인간의 기본적인 디바이스 관념도 바꾸려 한다. 무인자동차에 전기자동차, 태양광 에너지 사업까지 나서는가 하면 iOS로 시작된 생태계 구축의 노련한 조련사로 부상하고 있다. 끝을 모른다.

무서운 애플
애플의 성장은 시가총액규모로 짐작할 수 있다. 13일(현지시각) 애플의 시가총액은 7402억1000만달러를 기록해 4일 연속 세계 상장기업 시가총액 최대기록을 경신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4배며, 대한민국 한 해 예산 2배를 상회한다. 기업 하나의 가치가 국가의 가치를 앞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제 애플을 이길 수 있는 기업은 없어 보인다. 규모의 경제에 있어 애플의 적수는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애플의 눈부신 성장을 설명하는 시나리오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다소 고전적이지만 재미있는 분석이 눈에 들어온다. 스티븐 밀루노비치 UBS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메가-생태계를 창조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한 마디로 애플이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이러한 성장이 가능했다는 뜻이다.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능숙하다는 지적이며, 무언가를 유통시키는 기업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구글도 비슷한 이유로 급성장의 배경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은 구글의 성장과 약간 결이 다르다. 포털로 출발한 구글은 원래 C-P-N-D의 플랫폼을 가지고 출발했으나, 애플은 디바이스가 기원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플랫폼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방향으로 뛰어들었고, 이후 모토로라와 같은 기업의 인수로 디바이스 인프라를 갖추는 한편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미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장악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미국 의회 로비왕에 등극했으며, 통신사와 탐색전 수준의 주파수 경매에 뛰어들고 동맹군인 우버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다만 애플은 컴퓨터 제조회사, 즉 디바이스로 출발해 플랫폼을 장악하고 콘텐츠를 생태계에 맡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가져가는 분위기다. 이러한 순서의 판이함은 결국 애플이 왜 구글과는 또 다른 공포를 선사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분명히 다른 개념이지만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연결의 측면에서 같은 연장선상에 두고, 이제는 별 차이가 없어진 콘텐츠의 가치를 잠시 접어둔 상태에서 디바이스를 플랫폼-네트워크로 만들어내는 애플의 무서움을 살펴보자.

디바이스에서 출발한다
현 상황에서 애플의 가장 강력한 디바이스는 아이폰6다. 이를 바탕으로 애플은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이익점유율 93%를 장악했다. 20%의 iOS 시장 점유율로 93%의 이익점유율을 기록한 대목은 놀랍다 못해 경이로운 수준이다.

2013년 2분기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이익점유율을 양분하던 애플은 2014년 들어 그 격차를 현저히 벌리며 기어이 부의 편중을 이루고 말았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와 동률을 이루는 경악스러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패블릿의 기조를 따라가는 발 빠른 상황판단이 애플의 성장판을 전면개방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이폰6의 성장을 바탕으로 애플이 거둔 실질적 이득은 삼성전자와 비할 바가 아니다. iOS를 바탕으로 하는 스마트 생태계를 통해 애플이 지속적으로 이윤을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청업체의 고혈을 쥐어짜는 행동 및 기타 여러가지 동기유발과 더불어, 아이폰6라는 디바이스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생태계를 폭발적으로 견인한 것이 이익점유율 93%의 비결이라는 점이 무섭다. 하나의 디바이스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생태계의 성장을 노린다는 뜻이다.

애플페이도 비슷하다. 기반은 디바이스다. 아이폰과 4월 출시예정인 애플워치가 핵심이 되어 모든 기능을 쓸어담는다는 개념이다. 아이팟의 성공으로 애플이 성공가도를 달리던 시절, 창업주 고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이 아이팟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부분을 감수하고 야심차게 아이폰을 런칭한 바 있다. 이는 패블릿 스마트폰 아이폰6가 아이패드의 '저조한 실적 원흉'이라는 재미있는 사실과 더불어, 기능의 확장을 이루는 디바이스의 발전으로 시장경제체제의 근간을 장악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참고로 13일(현지시각) 애플의 주가가 큰폭으로 상승한 배경에는 미국 연방정부 조달용 결제 수단인 연방 스마트페이 카드가 애플페이를 지원한다는 공식 발표가 있었다. 디바이스의 발전으로 생태계를 창조하는 능력의 단적인 사례다.

아예 애플워치만 따로 놓고 본다면, 디바이스로 시작된 생활밀착형 생태계가 어떤 모습으로 윤곽을 드러낼지 확연히 보인다. 최근 팀 쿡 CEO는 애플워치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는 자리에서(물론 진짜 허심탄회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삶을 바꾸는 것이 애플의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동시에 그는 "애플워치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이제 사람들이 '애플워치 없으면 살지 못하겠는데'라고 말하는 세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아이팟의 기능을 담은 아이폰이 실생활과 붙어버린 스마트폰, 아이폰이 되었던 역사를 애플워치라는 웨어러블을 통해 또 한번 실현하겠다는 의지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팀 쿡 CEO은 스티브 잡스의 유지를 가장 잘 받드는 CEO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패블릿 아이폰6의 등장으로 스티브 잡스의 유훈이 깨졌다고 말하지만, 큰 틀에서 팀 쿡 CEO는 가장 적절하게 스티브 잡스의 거대한 흐름을 잡아내는 분위기다. 과감한 디바이스의 확장,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생활밀착형에 대입되는 강력한 생태계 구축의 측면에서 말이다.

이 대목에서 TV이야기를 뺄 수 없다. TV는 가전업계의 고전적 왕자다. 지금까지 CES 및 IFA의 왕자는 단연 TV였으며, 이는 지금도 유효한 사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TV는 최첨단 가전업 발전의 대상에서 약간 벗어났다고 말한다.

지난 1월 열렸던 CES 2015에서 스마트카가 부상한 이후 나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 두가지는 관심을 양분해 그 비전을 2배로 늘렸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사물인터넷 시대의 중심은 스마트TV며, 왜 LG전자가 웹OS를 둘로 나눠 하나를 스마트TV 플랫폼으로 구축했는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타이젠OS를 스마트폰에서 시작했지만, 실질적 파괴력은 TV를 중심으로 삼아 사물인터넷 시대로 흐를 전망이다.

여기서 애플로 돌아오자. 13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은 애플이 올해 가능 최신형 애플칩을 탑재한 셋톱박스형 애플TV를 런칭할 확률이 높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차세대 애플TV에 A9칩과 같은 고성능 칩을 배치해 콘텐츠 플랫폼에 게임과 스마트홈을 통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애플이 슬링TV와 비슷하게 인터넷TV 서비스를 시작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TV분야에서 여러번 고배를 마신 애플이 끈질기게 TV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TV의 특성을 살리는 한편 디바이스의 확장으로 새로운 생태계 구성에 나설 확률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이 대목에서 애플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구글의 넥서스 플레이어도 게임을 매개로 생태계 구축에 나서는 한편, 그 이상의 가치를 노리고 있다. 다른 경쟁사도 비슷한 복안이다.

전기차와 태양광 발전
지금까지 애플의 디바이스 확장, 이후 생태계 구축의 방정식을 살폈다. 상당히 대단하다는듯 말했으나 엄밀히 말하면 사실 '어렵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애플의 공포스러운 점은, 이제 디바이스를 하나의 생태계로 확장하는 것을 넘어 밀접한 상관관계의 두 가지 아이템을 공동으로 추진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영악함도 보여준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차와 태양광 발전이다. 현재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애플이 타이탄 프로젝트로 명명된 전기차 제조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본사에서 몇 마일 떨어진 곳에 테슬라 모터스와 포드 등에서 이직한 엔지니어들이 비밀리에 작업을 하고 있으며, 아이폰과 아이패드 디자인을 총괄한 스티브 자데스키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나왔다. 몇몇 성급한 사람들은 '전기차 디자인을 조나던 아이브가 맡을까?'라는 질문까지 던지는 상황이다.

▲ 출처=http://sanfrancisco.cbslocal.com

그런데 미묘한 지점이 있다. 전기차는 무인차와 마찬가지로 현실의 법규제가 상당하다. 최근 테슬라 모터스도 경쟁자들의 견제로 판매금지 구역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애플이 사업을 추진하기는 하지만, 실제적 제조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구글과 우버의 무인차를 둔 분쟁아닌 분쟁과 비슷하다. 현재 구글이 무인차 개발에 나서며 비슷한 서비스를 추진하는 우버와 마찰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글의 부사장이자 우버의 이사회 멤버인 드루먼드가 분쟁의 핵심이라는 해석은 와전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글과 우버는 무인차를 두고 마찰음을 내는 것이 아니며, 구글의 무인차가 규제를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가닥을 잡으면 우버가 그 수확을 가져갈 확률이 높다는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구글이 통신사와 주파수 경매에 전사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미래를 위한 포석을 깔아버리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결국 구글은 무인차 규제를 삭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우버가 수혜를 가져간다.

애플도 비슷할 확률이 높다. 먼저 전기차라는 디바이스를 바탕으로 규제완화 등을 요구하며 환경을 조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종합적으로 이는 디바이스의 기능을 현실의 환경변화로 이끄는 단적인 사례다. 애플은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움직임으로 과실을 가져갈 확률이 높다.

여기서 태양광 발전도 고려해야 한다. 팀 쿡 CEO는 6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태양광 에너지 사업을 펼치며 이를 위해 8억5000만 달러(약 9300억원)를 투자한다. 테슬라 모터스의 앨런 머스크와 오버랩된다.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테슬라 모터스의 앨런 머스크는 태양광 에너지 사업을 다각도로 추진하며, 이를 자신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전기차와 태양광 에너지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제 팀 쿡 CEO는 디바이스의 확장을 넘어 생태계를 조성하는 수준을 파괴하고, 앨런 머스크가 주목했던 전기차+태양광 콜라보를 활용하는 지점까지 이르렀다.

애플이라는 이름의 선악과
구글이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며 신선한 패러다임을 만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애플은 자신들의 디바이스 DNA를 무기로 삼아 이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생태계를 구축한다. 무엇이 더 효과적일까?

출발이 다른 두 기업의 무시무시함을 측정하는 방법은 없지만, 애플의 방식이 모바일 시대,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생활밀착형으로 번지기에 적합한 모델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국내 기업들이 디바이스라는 하나의 '성장환상'에 막혀 우왕좌왕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이다. 물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결국 애플은 아이폰6의 확장으로 기본적인 스마트 생태계를 만들고, 아이폰6와 아이폰6S(가칭), 애플워치로 결제 생태계를 확장하는 한편 애플워치 단독으로 웨어러블의 시대를 규정한다. 애플TV의 생태계 전략은 경쟁사와 비슷하게 잡아가고 있으며 전기차와 태양열 발전과는 디바이스의 확장-콜라보까지 노린다. 모두 디바이스에서 시작된 전략이자, 생태계다.

애플의 로고는 뉴턴에서 시작해 총 3번의 변화, 4개의 이미지로 구축되어 왔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로고는 1976년 만들어진 한 입 베어먹은 사과 이미지다. 로고의 기원은 무엇일까?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A'가 기업순서 중 맨 앞에 위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로고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원을 남기지 않았다.

다만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가 사과로 유명한 곳이라는 설, 최근 영화인 이미테이션 게임에 등장하는 애니그마 풀이의 공로자 앨런 튜닝이 먹고 죽은 독사과를 형상화했다는 설 등이 분분하다. 1976년 처음 만들어진 로고에 무지개 색이 표현된 것은 동성애를 의미하며, 이는 팀 쿡 CEO와도 연결되는 재미있는 흐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가지 독특한 설명이 있다. 애플의 로고는 성서에 등장하는 선악과를 의미한다는 설이다. 엄밀히 말하면 선악과는 사과가 아니고, 주로 '금단의 열매'로 여겨진다. 그 선악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디바이스를 기점으로 빠르게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애플의 성장을 목도하는 우리가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