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_Shelter, Acrylic_on_Canvas, 100×100cm, 2010(위).

복잡한 의식의 현대인들. 빈부격차와 불공평한 현실에서 회의와 슬픔으로 지쳐 있고 상처받은 영혼들. 지상도 천상도 아닌 그 사이의 경계, 곧 고통과 슬픔을 위로받을 수 있는 낙원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나뭇잎, 꽃잎, 하늘, 바다 등 자연의 형상들을 아름다우면서도 독특한 초현실적인 느낌으로 표현하고 있는 황지현 작가는 이 행복으로 넘쳐나는 낙원을 자연에서 찾는다.

그녀의 화면에는 자연물에 감사함이 물씬 묻어나는데 생기 넘치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물론 낙원의 주제는 더 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우선 ‘Sweet_Shelter’를 감상하자. 화면에는 다양한 형태의 집들이 등장한다. 막 불이 켜진 집과 빨래가 자유롭게 바람에 휘날리며 펄렁이는 집들이 있는가 하면 정원의 꽃밭엔 새가 둥지를 틀고 우아하게 앉아 미소 짓고 있기도 하다.

또 자전거 길이 있는가 하면 계단을 통과해야 하기도 하는데 마치 한 인생의 길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동네의 다양한 여러 집들의 공통점은 휴식을 포함하는 안식처로 작가는 이 상상의 집에 달콤함을 부여했다.
 

The Forest of Magic, Acrylic on Canvas, 40×40cm 2010.

그녀는“내가 위로받고 활력을 얻는 존재는 사람이 아닌 자연”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그녀의 작품에서 인간은 자세하고 구체적인 모습이 아니라 상징적으로만 나타난다.

상상의 식물 이미지의 조화로 이뤄진 자연의 낙원에는 구체적인 사물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자연의 다산성과 상상력을 중첩시키는 작가의 선택은 설득력이 있고 그 근원들에 젖줄을 대는 그녀의 방식은 유동적이고 복합적이며 끝이 없다”라고 썼다.

작가 역시 “더 할 나위 없는 행복(felicity)의 낙원에 다다르기 위한 통로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황지현 작가는 동덕여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네 번째 개인전을 2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소재 가나아트스페이스(02-734-1333)에서 연다.

 

권동철 문화전문 기자 kdc@asiae.co.kr